[GIVE 산책] 기부자 DNA가 바뀐다

기사입력:2017-09-14 12:10:00
[공유경제신문 한정아 기자]
“제발, 자선가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새로운 기부 DNA를 가진 신세대 기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신세대 기부자들은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거나 단지 투자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목표하는 일에 직접 참여해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창조하고 주도한다. 신세대 기부자들은 인생의 정점에서 바쁜 삶을 살지만 자신들의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자선사업을 조직적으로 추진한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기부금이 아니라 많든 적든 자신의 돈으로 자선사업을 시작하며,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확인한다.

신세대 기부자들은 틈새를 좋아한다. 정부와 사회가 보지 못하고 채우지 못하는 틈새야말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틈새에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킴으로써 시장경제 체제에 사회적 정의를 부여한다. 신세대 기부자들은 영향력 있는 개인이나 조직과 협력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때 자신들의 경력과 유명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선이야말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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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신세대 기부자들은 자신의 ‘관대함’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들의 관대함은 다른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우며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일은 더 경쟁력을 갖게 될 테니까.

새로운 DNA를 가진 유명인사들은 ‘자선’과 ‘기부’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촉매제로 사용한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로만 아브라모비치. 세계적인 거부들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새로운 뉴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부’와 ‘자선’에 소극적이었던 우리 사회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 ‘기부’가 이렇게 유행한 적은 없었다. 기부 문화의 새로운 물결은 이제 전 세계적 현상이다. 기부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블루 오션이 되고 있다.

변화를 추동하는 새로운 영웅들

최근 기부자들은 과거의 기부자와 달리 단순히 돈을 내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길 원한다.

호주에서 기부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전 마이크로소프트사 부사장 대니얼 페트레, 할리우드로 간 이베이의 공동 창업자 제프 스콜, 알코올 중독자에서 영국 축구의 멘토로 거듭난 아스날의 레전드 토니 아담스, 남아공의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선 아일랜드의 부동산 개발업자 니알 멜런, 다양한 사회사업의 모델을 실험하고 있는 ‘바디 샵’의 설립자 고든 로딕.

이베이(eBay)를 설립한 제프 스콜은 회사가 성공 가도를 달리자 2년 만에 퇴사,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환경 파괴의 역사를 다룬 ‘시리아나’, 남자 동료들에게 성희롱당한 여성 광부들의 실화를 다룬 ‘노스 컨트리’처럼 사회적으로 의미 있되 제작비 조달이 쉽지 않은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축구스타 토니 아담스는 2002년 은퇴 뒤 자선단체를 만들었다.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된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운동 말고 다른 기술을 익히게 돕는 클리닉이다.

데이비드 차터스는 자선사업가를 격려하는 자선가다. 그는 서른아홉 살 되던 해에 은행을 떠나 종자돈(30만 파운드)으로 단체를 세웠다. 영국인들은 자선을 떠벌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용기 있는 행동으로 타인의 삶을 바꾼 이들에게 그가 상을 수여하자 기부와 사회사업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말라위에 소액대출재단을 만든 피터 라이언, 기부 프랜차이즈의 귀재 람 기두말, 영국 유방암환자들의 센터 ‘헤븐’ 창립자 세라 대븐포트, 오직 나의 돈으로 자선사업을 구상하고, 마케팅 기술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공익을 실천하는 이가 바로 ‘신세대 기부자’다.

스콜과 아담스, 차터스처럼 ‘신세대 기부자’들은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창조 및 주도한다.

이들은 자발적인 관심에서 출발하여 경영 노하우를 자선사업에 충분히 활용하고, 새로운 모델을 만듦으로서 자본주의에 사회적 정의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실천은 어떤 경쟁자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일어난다. 기부금 용지에 사인을 하고 끝내 버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자선’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들을 사회의 행복을 키우는 촉매자다.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기부도 프랜차이즈로

변화를 추동하는 새로운 영웅들은 똑같거나 비슷한 것은 하나도 없다. 성장 배경도 다르고, 활동 지역은 전 세계에 걸쳐 있으며, 활동 분야도 교육·주택·문화예술·의료 등 다양하다. 자선사업에 투자한 금액도 천차만별이다. 신세대 기부자가 꼭 백만장자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공통점을 꼽는다면 이들의 활동이 개척적이고 전략적이며 열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또한 그 일을 통해 ‘성공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추구하며,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신세대 기부자들은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기부센터가 전세계적으로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각자 굴러가듯 이들은 자신들의 기부가 일회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빈곤 퇴치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기획한다. 그래서 마치 투자자들처럼 틈새를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꼼꼼하게 관리한다.

또한 자신의 기부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새로운 점이다. 유명인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행되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평범한 다른 이들에게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알리기 위해서다.

참고자료: new philanthropists 저자 Handy, Charles B. Handy, Elizabeth

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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