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문화인류학] 기부의 비순수성

기사입력:2017-09-24 02:14:00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구절처럼 기부행위의 순수성에 대해 논의는 변할 수 없는 도덕적인 불문율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기부행위의 순수성에 대해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어디까지 순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계속 되어 오고 있다.

바타이유는 아무런 조건 없이 빛과 따뜻함을 주는 태양처럼 ‘순수 기부’를 계속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데리다도 완벽한 ‘익명의 기부’를 주장했다.
타인도 모르고 행위 당사자인기부자 자신도 모르는 기부가 익명의 기부, 순수한 기부라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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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lipartkorea

사르트르는 전기 사상을 대표하는 ‘존재와 무’1) 뿐만 아니라 사르트르의 유고집 ‘도덕을 위한 노트(Cahiers pour une morale)’2) 에서는 “존재확립이 기부에 의해 이뤄진다”고 주장하며 가장 순수한 기부행위로 글쓰기를 꼽았다.

바타이유는 기부자가 순수 기부를 끊임없이 지향해야한다며, 기부자는 정상의 윤리(éthique du sommet)3) 를 실천하기 위해 끝없는 전복을 통해 모스의 경제적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리다가 ‘죽음을 주기’에서 분석한 것과 같은 완벽한 익명의 기부를 일상생활에서 보기란 어렵다. 데리다가 말하는 완벽한 익명의 기부보다는 그 익명의 정도가 떨어 지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충분히 익명의 기부라고 할 수 있는 기부가 더 많이 행해지고 있다. 익명의 기부가 이른바 기부행위에 배어있는 독성(毒性)을 최소 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에 배어있는 독성이라 함은 정확히 이 행위의 주체인 기부자가 기부 수혜자에 대해 느끼는 우월감과, 역으로 기부수혜자가 기부자에게 느끼는 답례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의 정도가 떨어지는 기부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일반적인 기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기부가 바타이유나 데리다가 추구했던 기부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순수한 의도로 진행됐던 일부 기업들의 기부활동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기부에 대한 답례로서 제품구매로까지 이어지고 있고,상품 판매를 위한 순수하지 않은 의도적인 기부활동도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로열티를 얻기 위한 기업들의 기부가 확산됨으로써 기부의 순수성은 줄어들고 있지만 기부의 규모를 키우는데 기여하고 있다.

참고자료와 보충설명
1)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라는 책의 ‘행위, 소유, 존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의 4부 에서 나와 타자의 존재론적 관계를 다루면서 처음으로 기부를 거론 했다.
2) ‘도덕에 관한 노트’는 사르트르의 사후인 1983년에 출간되었다. 사르트르의 이 저서는 체계의 논리 전개상 정연함과 완전함을 갖추지 못한 미완성의 원고로서 그의 사후에 발간된 저서지만, 우리는 이 저서에서 ‘존재와 무’의 존재론적 기본구도를 계승하면서도 관계의 존재론을 새로이 정립하려는 사르트르의 시도를 보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존재방식으로서 역사와 경제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도덕을 정립함으로써, 후에 저술된 철학서로서 ‘필요(besion)’와 ‘부족(rareté)’의두 개념을 축으로 해서 주로 경제적 측면으로 인간의 관계와 역사를 설명하려 한 ‘변증법적 이성 비판’보다 오히려 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이론을 준비하고 있다. Sartre. J. P (1983), Cahiers pour une morale, “Bibliotheque de philosophie”. Gallimard. p.167 강충권 (2001), 「‘사르트르의 도덕을 위한 노트’: ‘도덕적 전환’의 존재론」, 프랑스학연구 제22권. 참고
3) 바타이유가 말하는 정상의 윤리는 사유체계 내에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시도인 위반 (transgression)을 통해 체험되지 않은 극한을 극복해 정상에 서고, 그 정상 너머를 엿보려는 노력을 말한다.

박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