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와 문화인류학] 기부와 신화

기사입력:2017-09-30 02:18:00
지금까지 문화 인류학적인 논의에서 기부행위는 과잉과 결핍이라는 이분법 적인 대립 속에서 의례행위로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기부행위는 성장과 나눔, 공익과 사익이라는 비대칭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상충되는 기부행 위를 통합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레비-스트로스의 ‘신화’이다.

신화적 사고는 몇몇 대립관계에서 생기며, 이에 대하여 점진적인 매개를 지향 한다고 레비-스트로스는 말한다. 신화를 잉태하는 힘은 신화의 비대칭 (asymétrie)을 교정하고 감추려는 노력이며,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구조의 비대칭에서 나온다. 즉 신화의 기능은 모순(contradiction)을 해결하기 위해 논리적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화 자체뿐만 아니라 신화를 구성하는 등장인물, 사물, 에피소드, 기능 등 에게도 역시 매개(중개) 기능이나 대립적 용어(항)들을 통합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자명하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에서는 여러 유형의 중개 또는 중개구조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3가지의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는 중재가 일어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중재가 배제되는 경우이다. 매개항의 부재는 결핍(두 극의 분리)이나 과잉(두 극의 결합) 으로 상정될 수 있다. 대립된 두 항 사이에 세 번째 매개 항을 끼워 넣는 이러한 유형의 중재는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 모스는 기부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면서 기부행위를 통한 사회의 도덕성에 관심을 가졌고, 기부 속에 함의되어 있는 ‘고귀한 지출(de’pense noble)‘을 사회의 도덕성 확립을 위한 대안으로 내놓았다.

사회는 그 사회세포(社會細胞)를 다시 찾고자 한다. 사회는 개인이 갖고 있는 권리 의식과 그 밖의 더 순수한 감정- 자선·‘사회봉사’·유대의 감정-이 혼합되어 있는 묘한 정신상태 속에서 개인을 찾아 보살핀다. 증여의 주제, 즉 증여 속에 들어 있는 자유와 의무. 후한 인심 그리고 주는 것이 이롭다는 주제가 마치 오랫동안 잊어버린 주요 동기의 부활처럼 우리사회에 다시 나타나고 있다.... 중략... 우리는 저 ‘고귀한 지출’(de’pense noble)의 관습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그것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Mauss,1925, p. 255).

그는 사회의 도덕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가운데 재산이 많은 사람 들이 자신의 재산을 모아 공제조합(Friendly Society)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자고 했다. 모스가 기부론에서 주장하는 고귀한 지출은 흔히 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도 무관하지 않다.

모스에 의해 촉발된 기부에 대한 논의는 그 이후 바타이유(G.Bataille), 데리다(J.Derrida), 사르트르(J.P.Sartre), 부르디외(P.Bourdieu), 고들리에(M.Godelier)에 등에 의해 비판적으로 수용되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위한 공익재단이나 문화재단의 설립 붐도 기부를 해야 하는 의무에서 연유하는 ‘고귀한 지출’의 관습으로 돌아 가려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부행위 역시 과잉과 결핍, 성장과 나눔, 공익과 사익이라는 비대칭을 교정하고 감추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모순을 중재하려는 레비-스트 로스의 신화 기능은 기업들이 기부콘텐츠를 통한 공익적 브랜딩 전략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잉’을 ‘결핍’ 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이타적 행위인 기부가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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