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 심사 피의자 출석... 심경·입장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기사입력:2019-01-23 10:38:41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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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본인의 구속 심사에 출석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자신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심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321호 법정에서 진행 중이다.

이미 예고했던 대로 양 전 대법원장은 심사에 직접 출석했다. 지난 2017년 9월말 6년의 대법원장 임기를 마치고 사법부를 떠난 지 1년4개월여만이다.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그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자신이 몸담았던 법원에 돌아왔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 심사를 받게 된 심경'과 '심사에서 어떤 부분을 다툴 것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잠시 멈춰섰으나 이내 묵묵부답으로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그는 지난 11일 첫 공개소환 당시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힌 뒤 검찰 포토라인에서는 침묵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법정으로 가는 포토라인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에 옆 법정인 319호에서 두 번째 구속 심사를 받는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도 오전 10시19분께 법원에 출석했다. 박 전 대법관은 '고등학교 후배 재판을 판결한 게 정당한지'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았다.

이날 심사는 오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혐의가 방대하고 이를 모두 다투고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는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청구서만 해도 양 전 대법원장이 260쪽, 박 전 대법관이 200쪽 정도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구속 심사에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 비밀 수집 및 누설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이 한 달여의 보강 수사 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지인인 고교 후배의 재판 기록을 불법으로 확인한 혐의 등을 추가해 이를 두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심사 결과는 이날 밤늦게 또는 내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피의자 인치 장소는 법원이 심사 후 결정하는데, 통상에 비춰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호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