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난민에 대한 대중의 관심 호소..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기사입력:2019-06-21 12:25:00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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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지원 기자] 영화배우 정우성(46)이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을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을 재방문했다는 정우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온도가 40도 정도 됐던 것 같다. 습도가 너무 높아서 계속 땀이 났다"고 회상했다. "제일 처음 캠프를 방문했을 때 캠프 입구에서 넋을 놓고 있던 어머니가 있었다. 이번에 다시 어머니를 만났고 안부를 물었다. 땀이 비오듯이 흐르니까 웃더라. 하루에 몇 번씩 공동샤워구역에서 샤워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2014년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이 됐고, 2015년 6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세계적으로 10번째,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임명이다.

그는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방문하면서 난민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2017년 12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로힝야 난민들의 참혹한 현실을 소개했다. 지난해 6월 제주도에 도착한 500여명의 예멘인 난민 신청자의 수용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있었을때 난민 수용 찬성 의견을 밝혔다.

대중의 관심을 호소했으나 오히려 지탄받았다. 악성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반대의 목소리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놀라웠다. 다른 관점이 담긴 댓글을 차분하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순수한 우려를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게 성숙하게 담론을 이끌어가는 방법이겠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직업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많이 우려했고 염려할 수 있다. 하지만 친선대사를 하면서 그들의 역사가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됐다. 차분히 보고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 "난민은 자의적인 선택에 의해 내몰린 게 아니다. 전쟁 상태에서 본인·가족의 안전을 위해 자국을 떠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의성을 가지고 경제적 목적으로 타국을 찾는 사람들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인도적인 체류로 머물고 있다. 임시적인 체류다. 그 분들에게 주어진 권리는 크지 않다. 언어적 문제도 있고, 최소 3개월 정도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얼마나 챙길 수 있는지 우려도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난민을 받아들이면 기초생활에 대한 지원을 세금으로 하는 것으로 많이들 오해하는데, 그 분들이 자력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재건하려는 욕구가 크다. 자력으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느끼는 자존감도 중요하다. 체류 허가는 떨어졌지만, 생계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사명감이라고 크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바라봤을 때 같은 사람이고 인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환경속에서 살고 있다. 누군가는 함께 듣고 나눠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해가 갈수록 강해진 것 같다. 현장에서 만났던 그 사람들이, 아이들은 해맑게 웃고 어른들은 굳건한 표정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2000년 유엔총회특별 결의안을 통해 지정했다. 이날 정우성의 에세이집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이 나왔다. 난민보호 활동을 하며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을 엮었다.

에세이는 2019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 선정됐다. 23일 도서전 폐막 후 일반서점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책의 인세는 전액 유엔난민기구에 기부된다.

정우성은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강요를 하고자 쓴 게 아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나의 활동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어떤 분쟁과 폭력, 전쟁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큰 고민도 들어있다. 난민을 받아들일 때 물질적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불합리한 정치적 상황, 폭력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민 이슈가 뜨거워진 상황에서 책이 출간됐다.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어느 누구도 잘못된 게 아니다. 이해의 간극을 줄이는 게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식의 강연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감성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을 배제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