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사회적기업, 사회성과인센티브(SPC)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

- 양세훈 행정학 박사 기사입력:2017-08-02 14:12:00
문재인정부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일자리 창출 핫 이슈(hot issue)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최 회장이 사회적기업의 경제규모를 국민총생산(GDP)의 3% 달성을 제안했고, 향후 10년 안에 10만개를 양성하자는 주장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최대 고민인 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10만개 발언은 대통령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사회적기업 정책이 집행된 지난 10년 동안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 받은 기업은 1,700여개다. 그동안 대기업 참여가 미미한 가운데 최 회장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활동과 매년 500억 넘는 투자규모는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2014년 10월, 최 회장의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 이란 책이 출간되었다. 당시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두 가지다. 옥중(獄中)저서라는 점과 사회적기업에 재무적 가치(financial value) 이외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측정하여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주장이 실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다.

책이 출간 된지 1달쯤 지났을 때, 필자에게 해당 기업으로부터 책 내용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이후 SK그룹 사내방송을 통해 홍보되었고, 얼굴을 알아본 지인들의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사진) 2014년 최태원 SK 회장이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 사진 = YES24
(사진) 2014년 최태원 SK 회장이 출간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 사진 = YES24
최태원 회장의 SPC 제안과 책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기업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인식측면에서 저자가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균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우리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노력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존재한다. 기업들의 CSR의 실행 형태가 이벤트 또는 해당기업의 홍보전략 일환으로 활용한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이런 속에서 사회적기업 관련 활동과 정책의 방향으로 제시하는 저자의 고뇌와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둘째, SPC 시행으로 사회적 가치만 주장하고 재무적 가치를 등한시 하는 일부 사회적기업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다소 낮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높다고 해서 이들 사회적기업에 투자가 확대되는 시장 환경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공적자금이 조 단위로 투입되었지만 2천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기업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인증 사회적기업이 아닌 수천 개에 달하는 지역형 예비 사회적기업의 설립과 해체는 세금의 매몰비용(sunk cost) 확대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4년 만에 1만개가 넘은 협동조합의 실제 운영 숫자도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기업의 불균형 성장과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에 기름을 부어대는 선별적 지원제도로 활용되는 모순을 방지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은 매달 직원의 인건비를 고민하는 대표가 있는가하면, 대기업 계열사가 전액 투자하고 해당 계열사를 통한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주는 대기업형 스타기업도 있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실적을 바탕으로 정부로부터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다시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돈으로 환산하여 보상해주는 금전적 인센티브인 SPC가 이중 특혜지원이라는 논란에 휘말릴 소지는 충분하다. SK가 2015년 44개 사회적기업에 30억, 2016년에 93개 사회적기업에 50억을 지원한 선의가 자칫 대기업의 다양한 홍보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사회적기업은 지원금을 받는 일정한 기간내에 자립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원종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기업의 펀드, 최태원 회장이 제안한 SPC 등에 기대는 것은 의존성 심화라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10년간 사회적기업 10만개 양성계획이 현장 중심적이고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평가받기를 기원한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일자리 창출 숫자 채우기를 위한 사회적기업의 양적성장 지원의 폐해가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농촌공동체회사 등 사회적경제기업 성장정책을 감성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투입(input)과 산출(output)방식이 아닌 장기적 성과(outcome) 창출방식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사진) 최근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서 언급되어 관심을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로고
(사진) 최근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에서 언급되어 관심을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로고


양세훈 행정학 박사 / 한국정책분석평가원 원장 .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의 거버넌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