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산책] 선순환 방식의 기부문화 나와야

기사입력:2019-05-06 18:02:00
[공유경제신문 한정아 기자] 대기업들의 매출은 많이 늘었지만 기부금은 크게 줄었다. 올 연말도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언론에는 성금을 낸 기업이나 인사들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기부는 이처럼 일회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을 넘어 일상적인 것이 돼야 한다.

흔히 기부라고 하면 기부금(寄附金)으로 돈과 연계해서 생각하고, 또 이야기한다. 하지만 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 자체가 기부다.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 심지어는 시간을 나눠주는 것도 기부다. 따라서 누구나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굳이 거창할 것도 없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병원을 방문해 힘들어 하는 환자의 손만 잡고 있어줘도 된다. 그가 심신의 안정을 찾고 평안을 느낀다면 그만한 기부도 없다.

시간·돈·경험·기술
·네트워크…타인을 위해 사용한 적 있나?

양은 중요하지 않다. 남을 돕기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자선가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기부, 즉 우리가 남에게 뭔가 주려는 마음은 가슴에서 우러나온다. 때문에 우리의 가슴은 행동을 가능케 하는 가장 힘 있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 뭔가를 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실제로 기부가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남녀 간에 사랑을 속삭일 때 얻는 만족감을 주는 뇌(腦)의 부위와 같은 부분을 자극한다는 의학적 실험 결과가 있기도 하다.
사진=Clipartkorea
사진=Clipartkorea

199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의 많은 IT 기업들이 주식을 공개함에 따라 높은 기술력을 가진 젊은 백만장자들이 새로운 세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은 그들을 ‘사이버 구두쇠’라고 부르면서 그들이 엄청난 부를 축적했음에도 왜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하지 않는지를 힐난했다. 그러나 그 같은 비판 중 일부는 불공평한 것이다. 우선 그들이 가진 재산의 대부분은 현금이 아닌 회계상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선활동은 은퇴한 후에나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부를 이루기는 했지만 20대, 30대, 또는 40대일 뿐이었다.

스타트업의 젊은 백만장자들에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기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자선활동이 필요하다. 자선활동에 비즈니스적인 관점과 방법을 도입이 절실하다.

그동안의 기부(기부 1.0)가 기부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불러일으켜 기부 액수를 끌어올리는 단계라면, ‘기부 2.0’은 기부의 지출을 투명하게 하고, 이것이 다시 더 많은 기부를 가져오는 한 차원 높은 선순환의 기부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을 넘어야 한다. 어떻게 물고기를 잡는지 가르치는 것도 넘어서야 한다. 완전희 더 나은 낚시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구체적인 실천 사례가 절대적인 물 부족 지역인 인도 라자스탄 주(州)에서 주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혜택을 입은 지타(Geeta)이다. 그녀는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아 해수 담수화 공장에서 싼값에 물을 제공받아 급수대를 통해 물을 판매하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한다. 이 개발 모델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해 일회적인 원조나 자선이 아닌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을 만듦으로써 지타와 같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변화는 그냥 돈을 주는 것만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자원을 제공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세계 곳곳에서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일반 기업체라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복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글로벌 문제에 대처하고자 하는 자선사업에서는 오히려 복제 가능한 좋은 아이디어가 가난과 질병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단체인 킥스타트(KickStart)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무작정 원조를 하는 대신 저렴한 물 펌프를 개발하여 판매하는데, 그들이 자선 기부의 일환으로 펌프를 무료로 배포하지 않고 판매하는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가난한 농민들이 펌프를 구입하는 데에는 자신들의 투자와 헌신이 요구되기에 80% 이상의 농민들이 구입한 장비를 소득 창출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이것은 30% 미만의 사람들이 기증된 펌프를 같은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는 연구결과와 비교되는 수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듯이 일방적인 원조와 자선보다는 삶을 개선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엄청난 힘과 동기를 부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봉사하는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저 지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결정을 내리기를 원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결정에 함께 참여함에 따라 직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간 존엄의 가치를 지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말 ‘기부(寄附)’와 영어 ‘기브(give)’가 의미뿐 아니라 발음까지 비슷하다. 남에게 뭔가를 줄 때 느끼는 마음처럼 그 말도 세계 공통이다.

참고자료: Giving 2.0 : transform your giving and our world. 저자, Laura Arrllaga-Andressen

한정아 기자 hja@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