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은 꼰대’...韓 기업문화 혁신 방법은?

기사입력:2018-06-27 14:44:14
[공유경제신문 박정우 기자] 최근 기업문화 혁신 운동이 캠페인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의 기업문화가 여전히 ‘청바지 입은 꼰대’에 머물러 있으며, 제대로 개선되기 위해선 총체적 혁신전략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사진=ClipartKorea)
(사진=ClipartKorea)

컨설팅업체 맥킨지코리아는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기업문화 컨퍼런스’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제희 맥킨지 파트너는 “최근 바텀업(bottom-up) 혁신이 강조되며 소통, 자율 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변하자‘라는 주입식 캠페인 외에 구조, 리더십, 프로세스의 변화가 병행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원인과 해법을 관통하는 체계적 전략없이 혁신이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직변화를 위한 4대 원칙으로 △체계적 문제진단 △명확한 개선목표와 조직원 공감 △전방위적이고 동시다발적 변화 △작은 성공 만들기 네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기업마다 문제와 원인이 다른 만큼 벤치마킹에 더해 자사의 특성에 맞는 개선 전략을 집요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기업문화 개선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최호창 KT 기업문화실장은 ‘1등 워크샵’ 사례를 소개했다. ‘1등 워크샵’은 회사가 당면한 이슈에 대해 부서와 직급에 상관없이 1박 2일간 토론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최 실장은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조직 내 현안이 치열한 끝장토론과 현장에서의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되는 것을 경험하며 조직원 사이에서 ‘이게 되는구나’라는 성공경험이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간 우리 기업들이 위기와 혁신을 너무 빈번히 강조한 탓에 많은 직원들이 변화와 혁신에 무감각해져 있다”며 “‘이러다 말겠지’ 하는 냉소주의를 깨는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고 점진적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익진 ING 부사장은 "100일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4월부터 재무·회계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전 조직을 애자일로 전환했다"며 "조직구조 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성과제도, 리더십 모델 등 모든 것을 바꾸는 기업문화 빅뱅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애자일이란 기존 부서 경계를 허물어 업무 과정에 필요한 모든 직무 담당자를 한 팀으로 구성하고 자율과 권한 부여를 통해 경영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다.

스타트업 Toss의 이승건 대표는 "조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회사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최고 수준의 자율성은 최고 수준의 정보 공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에 일부 임원들만 알 수 있는 정보까지도 모든 팀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한다"고 말했다. 토스는 모바일 간편 송금앱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는 “사람은 일하기를 좋아한다. 다만 일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들이 조직 내에 있을 뿐”이라며 “업무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최고 수준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는 ‘프로팀’ 같은 기업문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난 5월 대한상의가 우리 기업문화의 현주소를 짚은 보고서를 발간 한 이후, 구체적 진단결과와 우수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문화·인사담당자 400여명이 몰리는 등 기업문화 개선전략에 큰 관심을 보였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기업문화 개선의 목적은 ‘다니기 좋은 회사’가 아닌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되는 것이다”며 “일하는 방식 개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수립에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정우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