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시티 “블록체인이 만사는 아냐”

기사입력:2018-08-13 16:41:37
[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세상을 바꾸는 게 단순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결코 없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주 간단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문제의 복잡성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해 세계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미화1조달러가 넘는 돈이 쓰여졌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 채택과 관련하여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돌아본다면 놀랍게도 우리가 늘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 중에서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일상 생활에서 재생 에너지 사용이 이토록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풍력 발전용 터빈이나 태양광 발전용 PV 패널과 같은 재생 에너지 발전설비가 부족한 것인가? 그 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 너무도 명확하다. 그토록 많은 돈을 쓰고도 재생 에너지를 더 많이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재생 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만들 수 있도록 큰 발전을 이루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가?

미국의 도매 전력 시장을 살펴보면, 1메가와트 시(MWh) 당 도매가격은 약 21~ 23달러이지만 가스를 사용하는 최대전력 발전소(peaking power plant)에서 피크타임의 최대전력 소비를 충당하는데 드는 1메가와트시의 비용은 165~212달러에 이른다.

최대전력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간은 오후 4시30분에서 저녁 8시30분까지 4시간 사이이다. 한편 하루에는 4시간 구간이 6번 있다. 피크 타임의 전력 생산 비용을 6개의 구간에 분산시키면 메가와트 시 당 단가는 27.5달러가 넘는다. 그러면 도매 가격은 왜 겨우 21~23달러인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보조금, 세금 환급 그리고 탄소세 등이 피크타임이 아닌 구간에서의 가격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보조금이 삭감되거나 없어진다면 대부분의 풍력발전 농가나 태양열 발전소는 손해를 보게 된다. 다시 말해 정부 보조금이 재생 에너지를 직접 지원하는 지와는 상관 없이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어느 누구도 손해를 보는 이런 대규모 재생 에너지 발전 설비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관련하여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블록체인 만으로 재생 에너지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자금조달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재생 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이 되는 것을 막는 불균형한 수요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들 에너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단지 에너지 산업의 몇몇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체계를 보다 종합적으로 깊이 있게 고려하지 않는 것인가? 무엇을 염두에 두든 상관 없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빈약한 아키텍처 때문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할지라도 이루어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일론시티(ELONCITY)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재생 에너지를 지지한다고 확신하지만 이런 지지에는 아주 까다로운 조건들이 달려 있다.

청정 에너지가 기존의 에너지보다 더 가격이 저렴하다면 사람들은 재생 에너지를 더 많이 이용할 것이 분명하고 이는 대기오염을 줄여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어듦에 따라 재생 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고 기대하는 것은 사실 비현실적이다. 일론시티 재단은 널리 채택될 재생 에너지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무료가 아니라면 가격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일론시티는 단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결코 탈집중화도 아니고 재생에너지의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특히 기존의 전력 인프라를 수백 만개의 자가 공급 마이크로그리드로 대체하는 등, 우리의 전력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지만 해법이 되는 중요한 부분은 투명한 거래이다.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거래는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 주의를 기울여 숙고해야 한다. 더욱이 주민들이 에너지 거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방법과 탈집중화된 전력 인프라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것이든 혹은 전력 애플리케이션이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 에너지와 어우러져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수정하든 상관 없다.

탈집중화된 전력 인프라는 사람들과 공동체의 지원을 필요로 하고 규제 장벽(특히 프랜차이즈 관련 법률)을 해소해야 하며 배분된 에너지 자원의 투자회수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금융 업계로부터 낮은 이자율의 대출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 에너지는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

공동체 지원, 금융적 해법, 기술 그리고 지방정부 지원 간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면 기존의 발전 설비를 바꿀 수 있고 재생 에너지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경호 기자 kjeans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