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한 수 '역세권 청년주택'..일방적 추진에 지자체 '반발'

강동, 송파, 노원구 등 지자체, 청년주택 건립 난색 기사입력:2018-10-12 10:48:33
(사진= 서울시 아파트 전경)
(사진= 서울시 아파트 전경)
[공유경제신문 이재준 기자] 역세권 청년 주택 사업은 서울시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한 역세권에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청년층을 위한 소형 공공 임대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다.

현재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경기도에서는 광명 하안2, 의왕 청계2, 성남 신촌, 시흥 하중, 의정부 우정 등에 신혼희망타운을 건립하기로 하고, 특히 서울시는 역세권 주변에 청년주거를 확대해 공급물량을 지금보다 약 3만호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지하철 역세권에서 청년 주택 사업을 추진하면,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받아 용적률은 250%에서 400%로 늘어나게 된다. 그만큼 민간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대신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20~30% 싸게 해 청년층 주거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민간사업자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 참여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청년주택 공급물량 확대로 청년 세대의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의 방침과는 달리 강동구, 송파구, 노원구 등 지자체들은 정부의 청년주택 건립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강동구는 고덕강일지구에 신혼희망타운을 건립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고덕·강일동 일대에는 이미 1만 세대가 넘는 강일지구 공공주택 단지가 조성돼 있고, 여기에 공공주택이 집중되면 지역 간 균형발전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유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신혼희망타운 조성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고덕·강일동 일대는 이미 청년과 신혼부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이 충분히 공급돼 있어 공공주택이 특정지역에 밀집되는 것 역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강동구 성내동 주민들도 이달 초 서울상운차량공업 부지 앞에서 '재산권 방해와 비싼 임대료, 지하 7층~지상 32층의 대형건물 신축으로 인한 주변지역 지반 침하 우려' 등을 이유로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진=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서울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노원구도 청년주택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노원구에 대학이 많아 청년층이 많은 만큼 청년 주택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사업 인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고, 민간사업자가 태릉입구역 주변 7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은주 서울시의회 의원은 "노원구는 이미 서울에서도 임대주택이 가장 많은 곳인데 추가로 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며 "시, 구의원들도 청년주택 계획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울시가 막무가내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노원구는 원룸이 늘면서 신축에 대한 허가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태릉입구역 주변 청년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서울시와 노원구의 손발이 맞지 않는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태릉입구역 주변 공인중개소들도 "현재 태릉입구역 주변에 원룸 등 소형 임대주택이 넉넉한 상황이다"고 말하고 "한 건물에 원룸이 15가구 정도 들어온다고 보는데, 청년 주택 하나 들어오면 270여 세대로 원룸으로 치면 건물이 20개 정도 새로 생기는 꼴이다"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태릉입구역 주변에는 병, 의원 10여 곳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데, 고층 청년주택 조성으로 인한 분진, 소음 피해 등으로 환자 피해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릉동 청년 주택 사업 예정지 인근의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수술 후 감염 여부 등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인데 소음과 오염물질로 인한 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이 집값 오름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라며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방식의 희망주택 건립이지만 국내 임대 주택 자체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 주택이 훗날 일반주택으로 전환될 경우 희망주택이 아닌 투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사진=역세권내 아파트 전경)
(사진=역세권내 아파트 전경)
집값도 잡고 부족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심 업무용 건물에 임대주택을 넣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구상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할까?

도심 공동화와 주택 수급 불안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이지만, 이 또한 역대 정부 정책과 마찬가지로 정부부처가 내놓은 수많은 임대주택 일변도 정책과 일맥상통하다는 지적이다.

많은 부작용과 마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임대주택 카드를 버리지 못한다. 별다른 묘수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에 없던 새로운 방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수적인 정책 결정과 소극적 해결방안 모색이 오히려 시장에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내는 이유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을 일체 중단하고, 임차인에게 월세 등을 지원하는 주택바우체 제도를 과감히 도입해 주택시장의 안정을 이끈 선진사례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과감한 결단이 어느때보다 필요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준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