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몰래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지켜본다면?

기사입력:2018-10-24 16: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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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외부직원 입실 보고서 중 ‘수술보조’ 언급 사례
[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환자가 잠든 사이에 환자 동의 없이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수술을 지켜보고 기기 작동법을 알려줬다면?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654일 동안 220회 출입한 A사 소속 B부장의 국립중앙의료원 수술실 출입 목적은 ‘수술보조’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이하 의료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게 제출한 2017년부터 2018년 10월16일까지의 ‘수술실 외부직원 입실보고서’ 및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을 분석한 결과, 출입 목적이 OP(operation, 수술) 24건, 수술참여 18건, 수술 7건 등 총 49건이 수술과 직접 관련이 있을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수술실 외부직원 입실보고서’에는 수술실 방문 목적을 ‘기구를 공급하고 수술을 보조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경우도 있었다.

의료원은 2018년 1월 25일 수술실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수술실을 방문하는 외부인을 관리하고, 감염 관리, 의료 정보·개인정보보호관리, 의료 폐기물 처리 방법 등 수술실 출입 시 주의 사항을 알리기 위해 2018년 2월 1일부터 최소한 하루 전에 수술실 외부인 입실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당일 진행 수술로 인해 수술실에 들어갈 경우 수술실 입구에서 수기로 작성하도록 했다.

▲입실보고서 상 입실목적은 ‘수술보조’

정춘숙 의원이 수술실 외부직원 입실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의료기기업체 A사 소속 B부장은 지난 2월7일 출입목적을 ‘정형외과 인공 슬관절 전치환술에 기구를 공급하고 수술을 보조하기 위함’이라고 적었다.

A사는 카테터 등 인체이식재료를 주로 취급하며, 2017년 1월부터 2018년 10월 16일까지 654일동안 220회에 걸쳐 수술실을 가장 많이 출입한 업체이다.

신경외과의 초청을 받은 B업체는 3월 28일 보고서에 ‘수술장비(네비게이션)을 점검 및 보조’하기 위해 수술실에 출입한다고 기재했다.

C업체는 5월 16일 보고서에 ‘정형외과 인공 고관절 치환술에 기구를 공급하고 참여하기 위함’이라고 기재했으며, D업체는 5월 28일 보고서에 ‘신경외과 수술 장비(션트벨브) 보조’를 위해 출입하겠다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정춘숙 의원은 “의료원이 수술실 외부 방문객 관리를 위해 사전에 입실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운영위원회 의결사항 시행일자인 2018년 2월 1일부터 10월16일까지 입실 보고서를 사전에 제출한 것은 전체 385건 중 18.4%에 불과한 71건에 불과해 수술실 출입 관리의 한계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허술한 수술실 출입관리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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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출입관리대장 관리 부실 사례

또한 국립중앙의료원이 관리하고 있는 수술실 출입관리대장은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입관리대장에서 날짜가 역순으로 기록된 내역이 존재하고, 방문 목적이 비어있는 경우도 있었으며, 담당자가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인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또한, 관리대장 담당자는 작성된 사람과 실제 출입하는 사람이 맞는지만 확인할 뿐 방문 목적을 엉터리로 기입하더라도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현재 수술실을 외부인이 출입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출입관리대장이 거의 유일하다. 출입관리대장 상 지난 2017.1.1.일부터 2018.10.16.일까지 654일 동안 업체 직원이 총 773회 수술실을 출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한 명 이상이 의료원 수술실을 출입한 셈이다.

목적별로는 참관이 576건으로 가장 많았고, A/S가 76건, OP(operation, 수술)가 24건, 수술참여가 18건, 납품이 16건, 업무가 12건, 수술 7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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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 수술실 방문이 잦았던 업체의 주요 취급 품목은 카테터, 스텐트 등 인체 이식 치료재료 업체였다. 카테터, 인공관절 등을 취급하는 ㄱ사 및 ㄴ사가 각각 220회, 131회를 주기적으로 방문했고, 의료기기를 판매상인 ㄷ사는 57회, 스텐트를 취급하는 ㄹ사는 31회 방문했다.

한편, 의료원 복수의 관계자는 의료기기업체 직원의 수술실 출입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수술실 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업체 직원들은 탈의실에서 미리 환복을 하고, 방문객 주 출입구가 아닌 멸균공간을 통해 입실하며, 수술방 밖에서 의사가 기기의 작동법을 레이저포인터 등으로 지목하며 물으면 확인해 주다가 경우에 따라서 의사의 요청이 있을 때 수술방 안으로 들어간다고 언급했다.

정춘숙 의원은 “의료기관을 찾는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는 환자가 잠든 사이에 사전 동의없이 외부인이 들어와서 나의 수술 장면을 지켜보고, 기기 작동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데,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러한 사건이 불거져 나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 외부인 참관 시 환자 및 보호자 동의, 환자 동의를 전제로 CCTV 설치, 의료진 이외의 출입자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출입관리대장 관리방안 등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