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점희 위원장, 공무원노조의 이미지·역할을 뿌리부터 변화시켜

32년간 초·중학교 현장에서 근무한 학교행정전문가 기사입력:2020-02-24 13:10:55
center
이점희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서일노) 위원장
[공유경제신문 조동환 기자]
"바보는 늘 생각만 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이하 ‘서일노’) 이점희 위원장이 기자를 만나자마자 던진 첫 마디다. 다소 역설적으로 들렸지만 이 위원장의 삶과 철학을 이보다 더 함축하는 말은 없어 보였다. 그녀는 늘 이렇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살아왔으며 이것이 여성으로서 단위 노동조합을 직접 창립하고 100여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이 9년 만에 3천여명 조합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의 원동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위원장의 행동하는 삶은 한국노총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 연맹이 아닌 단위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내 사무실을 유일하게 마련한 것은 물론, 위원장실을 과감하게 없애고 조합원들을 위하여 ‘들락날락’ 카페와 미니도서관을 노조사무실에 개설한 것. 결국 다른 노동조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center
서일노 들락날락 카페. 사진=서일노
이 위원장은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훈련에 특별한 열정을 쏟았다.

2013년도부터 신규임용 및 저경력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초실무익힘연수’는 올해 1월 수강신청을 받은 결과 신규공무원 중 50%가 넘는 1백여명의 새내기 공무원들이 접수기간 3일만에 서일노 조합원으로 가입한 후 연수를 이수했다고 한다. 연수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전액 노조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이 위원장은 연수 첫날 새내기들에게 항상 “여러분 정퇴 하십시오, 서일노가 새내기공무원 여러분이 정년퇴직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작년 서일노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만난 새내기공무원이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저 25기 김아무개입니다. 발령받자 마자 ‘서일노’가 실시한 새내기 대상 연수를 받았는데 제가 그 연수 안 받았으면 아마 사표 썼을 겁니다. 그때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라며 반갑게 꾸벅 인사를 하더라는 것. 왜냐하면 회계관련 업무가 어렵다보니 새내기공무원들이 공무원으로서 적응하는데 상당히 힘들어해 사직서를 많이 쓴다고. 작년에만 서울시교육청에 입직한 새내기공무원 1백여명이 1년 만에 사표를 썼다고 한다.

이위원장의 열정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조합원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5급사무관 역량강화연수’이다.

몇 년 전 겨울 토요일 늦은 시각. 이 위원장은 전철 안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6급 행정실장을 우연히 만났다. 그때 5급사무관 승진시험을 준비하려고 거리가 먼 노량진 학원가에서 월 1백만원이 넘는 승진준비 시험반 특강을 듣고 밤늦게 귀가한다는 그의 말을 듣고 학원비 경감과 효율적인 시간활용 등 조합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내놓은 교육프로그램이었다. 강사는 사무관 승진시험에 합격한 선배공무원들로 구성하였고, 수강생이 부담하는 수강료는 월 5만원에서 7만원 수준으로 대폭 낮추었음은 물론 수강생들의 교통편의를 고려하여 교육지원청 컴퓨터실과 평생학습관, 공공도서관 등을 연수장소로 활용했다.

그런데 이 연수는 서울시교육청 안팎에서 큰 이슈를 일으키며 숱한 화제를 낳았음에도 좌초되고 말았다. 노동조합이 강사비와 시설사용료만 받고 연수지원에 투입된 직원들에게 수당 한 푼 준 적이 없었음에도 누군가 익명으로 학원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감사원에 투서를 넣었던 것. 요즘도 사무관 승진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들로부터 연수반 개설 요청을 받을 때마다 이위원장이 가장 안타까워한다. 아래 표는 4년간 서일노에서 주관한 연수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5급사무관 시험 합격률과 비조합원수 추이이다.
center
서일노 주관 연수 참여 수강생 5급사무관 합격자 현황
한편, 올해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 위원장은 조만간 집행부 선거를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일노 위원장직을 내려놓게 된다. 40여년간 교육현장과 노동현장에서 아낌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헌신했고, 열악한 근무여건에 있는 조합원들을 위해 투쟁도 불사했던 그녀이기에 아쉬움이 클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집행부를 통해 이 위원장의 행동하는 삶은 그들 가슴속에 계속해서 이어지리라 믿는다.

조동환 공유경제신문 기자 jodh@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