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①] 고액기부 문화 이끈다

기사입력:2020-11-11 00:00:00
[공유경제신문 박재준 기자] 우리나라는 복지 측면에서는 모든 국민이 당연한 권리로써 보편적 복지를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아동수당이 소득에 관계없이 연령을 기준으로 지급됨으로써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으며, 기초연금 시행,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과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기본소득 지급 정책 또한 보편적 복지제도 시행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대상을 선별하지 않는 만큼 이를 충당할 충분한 양의 자원과 그러한 자원의 쓰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전제로 한다.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금품, 자원봉사 등을 제공하는 행위로, 사회적 연대감에 기초한 성숙된 시민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2019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의 날/출처=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금품, 자원봉사 등을 제공하는 행위로, 사회적 연대감에 기초한 성숙된 시민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2019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의 날/출처=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금품, 자원봉사 등을 제공하는 행위로, 사회적 연대감에 기초한 성숙된 시민의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기부는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중요한 자원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 성숙의 자양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계기부지수는 2018년 144개국 중 60위(Charity aid foundation, 2018)로 세계 12위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낮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기부금 비중은 GDP대비 0.87%로 기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2%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이러한 낮은 기부 수준의 요인은 학연, 혈연, 지연 등 한국사회의 강한 연고주의가 보편적인 사회공동체 정신함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기부가 자선적 동기에 의한 일회성 행사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개인의 기부활동이 일상생활 속 문화로 정착되는데 제약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재, 기업 사회공헌에의 높은 의존, 최근 경기둔화와 개인기부의 감소 추세 등도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

기부는 시민 참여와 보편적 복지를 보장하는 포용적 국가로 나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민간자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기부를 통한 사회참여와 시민사회 성숙, 사회구성원 간 신뢰 회복 및 연대감 향상 등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액기부는 사회적 모범사례로써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선도할 수 있고, 기부가 생활화되는 사회, 시민 개인의 성숙과 사회 전반의 성숙이 맞물리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복지를 전제로 하는 포용적 선진국가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필요조건으로써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복지자원의 충분한 확보라는 측면에서 고액기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기부는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되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금품, 자원봉사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부금 총액을 측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999년 개인과 법인 기부금의 합계는 약 1조 5천억원이었다. 이후 기부금은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09년에는 약 9조 6천억원으로 1999년에 비해 약 6배 증가했으며, 2018년 13조 8천억원을 기록하여 20여년 만에 약 8.8배가 증가했다.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06년 0.84%에서 2010년 0.79%로 한 차례 후퇴한 후 계속 증가해 2013년 0.87%를 기록해 우리 사회의 기부는 증가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부문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세계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기부지수는 2018년 144개국 중 60위(Charity aid foundation, 2018)로 세계 12위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낮다.

한국의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0.87%로 미국의 2%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한국의 기부참여율은 OECD 전체 35개 국가 중 25위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위 수준이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2,193명이며 누적 약정액은 약 2,434억원이다. 연도별 신규 가입현황을 보면 2008년 최초 가입 이후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6년 422명을 정점으로 2017년 338명, 2018년 253명, 2019년 168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출처=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2,193명이며 누적 약정액은 약 2,434억원이다. 연도별 신규 가입현황을 보면 2008년 최초 가입 이후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6년 422명을 정점으로 2017년 338명, 2018년 253명, 2019년 168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출처=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이 경제규모에 비해 기부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원인은 사회기득권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부족할 뿐 아니라 세제혜택 등 기부문화 독려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부 문화 속에서 사회지도층의 고액기부는 사회적 모범이 되어 파급효과가 크며 고액기부는 민간복지활동의 중요한 요소인 재정적 안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액기부는 권위 있으며 잘 조직되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단체들이 받으며,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작은 비영리 단체가 고액기부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국 최대 모금단체 중 하나인 미국 공동모금회는 고액기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다. 기부 규모는 고액기부를 정의하는데 핵심적인 기준으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고액기부의 최저 한계를 1만 달러(한화 약 1천 2백만원)로 설정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고액기부의 최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미국의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그 모델로 삼고 2007년 12월 설립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11월 설립됐으나 아너 소사이어티 설립 이전, 전체 모금액 중 개인기부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30%로, 미국의 80%, 세계 평균 69.5%에 훨씬 미치지 못하자 개인기부 활성화를 모색하고자 아너 소사이어티를 설립하게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2,193명이며 누적 약정액은 약 2,434억원이다. 연도별 신규 가입현황을 보면 2008년 최초 가입 이후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6년 422명을 정점으로 2017년 338명, 2018년 253명, 2019년 168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직종별 분포를 보면 기업인이 47.4%로 가장 많고 기타(익명 포함) 25.3%, 전문직 14.0%, 자영업자 6.7% 순이다. 공무원이 1.6%로 1.0%인 방송연예인 및 스포츠인보다 많은 것이 눈에 띈다./출처=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종별 분포를 보면 기업인이 47.4%로 가장 많고 기타(익명 포함) 25.3%, 전문직 14.0%, 자영업자 6.7% 순이다. 공무원이 1.6%로 1.0%인 방송연예인 및 스포츠인보다 많은 것이 눈에 띈다./출처=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종별 분포를 보면 기업인이 47.4%로 가장 많고 기타(익명 포함) 25.3%, 전문직 14.0%, 자영업자 6.7% 순이다. 공무원이 1.6%로 1.0%인 방송연예인 및 스포츠인보다 많은 것이 눈에 띈다.

고액기부를 결정하는데 최우선 되는 한 가지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부는 습관으로 한 기관에 고액을 기부하면 더 많은 금액을 다른 여러 기관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으며, 기부에 대한 과거 경험과 만족도는 이후에 기부와 관련된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판단기준이 된다. ). 기부결정은 사회적 학습과 조건에 의해 결정되므로 기부에 있어서 상황적 촉매제가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

참고문헌: 그들은 왜 고액을 기부하는가? 고액기부의 이유, 의미, 삶의 변화를 중심으로/ 박주홍, 이수향

박재준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