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무역기술장벽’ 건수 급증

대한상의 “정부 간 기술표준과 통상이슈 협력 확대, 민관 협력 강화 필요” 기사입력:2022-04-13 1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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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상의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지난해 TBT(무역기술장벽)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0년 글로벌 FDI(외국인직접투자) 규제정책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이후 자국 산업 보호 강화와 핵심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는 최근 국제무역 환경 분석을 통해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TBT 건수가 396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기존에 가장 높은 통보 건수를 기록한 2020년 3352건보다 18.3% 증가한 수치다.

TBT는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장애요소를 말한다. 관세부과와 같이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기업에는 수출을 지연시키는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게 된다.

상의는 이같은 원인이 코로나로 침체된 자국 경제를 회복하고,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기술규제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개도국들이 에너지효율등급 규제 등 선진국의 기술제도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TBT 급증의 원인으로 추가했다.

지난해 신규 TBT 통보 건수는 2584건으로 이전에 가장 많았던 2018년 2085건과 비교해 23.9%가 증가했으며, 개도국과 저개발국들의 TBT 통보 증가 추세는 지난해에도 지속됐다.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이 3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26건, 한국 117건, EU 10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나 핵심기술 표준 및 인증 절차를 둘러싼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함을 반영하고 있었다.

◇ 팬데믹 이후 FDI(외국인직접투자) 규제, 상품무역 제한조치 크게 증가

글로벌 보호무역과 핵심기술 보호주의는 선진국에서 전략적 업종 기업의 FDI(외국인직접투자)를 억제하는 형태로도 나타났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한해 글로벌 FDI는 전년 대비 35% 감소한 1조 달러 밑으로 급감했고, 각국이 도입한 외국인 투자 정책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52개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규제정책의 경우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21개→50개)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 규제의 확대는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안보, 주요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소유권 제한, 핵심기술 이전 제한 등 자국의 주요 산업 보호를 목표로 수립되고 운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안보 산업 분야에 자국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국가개입 정책 강화(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외국자본 유입 시 자국의 콘텐츠 사용 요구 강화(인도네시아, 앙골라, 나미비아) 등의 사례가 있었다.

외국인 투자 촉진 정책의 경우,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66개→72개)이었으며, 주로 아시아 지역 개도국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운영됐다. 투자정책 투명성 제고, 투자자 보호 강화, 국가와 투자자 간 분쟁 해결 수단 마련 등에 역점을 두어 투자 유입을 촉진하는 정책(중국, 러시아, 멕시코) 등의 사례가 있었다.

글로벌 상품무역 거래에서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력은 확인됐다. 2021년 10월 기준으로 상품무역의 제한적 조치가 전년보다 감소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제한적 조치가 촉진적 조치보다 많았다.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323개의 제한적 조치가 취해졌다. 이러한 조치는 광산물, 농산물, 섬유 등 원자재와 부품 장비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 핵심 공급망 경쟁, 보호무역정책 확대, 국제정세 불안정 등 무역환경 악화가능성 높아

대한상의는 “가파른 물가상승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으로 향후 세계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할 전망”이라며 “올해부터 선진국을 시작으로 점차 ‘엔데믹(Endemic)’체제로 전환하면서 각국의 무역 제한 조치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중 간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 교역질서의 불안정성도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상의는 정부 간 기술 표준화 협력 강화를 통해 TBT에 신속히 대응하고, 주요국과의 통상이슈 협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기술 동향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기술규제에 대응하고 글로벌 상품·서비스 무역조치 동향의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도권 경쟁, 탄소 국경세 도입 등 새로운 보호주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면서 “향후 미·중·러 등의 헤게모니 경쟁을 근간으로 한 지정학적 불안이 더욱 부각될 것인 만큼 통상이슈에 대해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속한 자체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