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폴라니의 공동체] 경제 통합의 원리 : 호혜, 재분배, 교환

기사입력:2017-09-25 02:50:00
폴라니는 인류 역사 안의 경제를 통합하는 원칙에는 시장뿐만 아니라 호혜 (상호성(reciprocity)), 재분배(redistribution), 교환(exchange) 등 세 가지 형태가 이어져왔다고 주장했다.
호혜 혹은 상호성(reciprocity)은 개인 또는 집단 간의 생산과 분배에서의 재화나 노동에 관한 질서를 제공해주는 행동 원리 중 하나이다. 시장 경제주의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인간은 그들의 삶속에서 특별한 이윤획득의 동기 없이도 재화나 용역을 주고받는다.

이러한 행위는 주고받는 대칭적 위치의 개인들 간에 상호 유대감을 제공하여 사회적·문 화적 교류의 기능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호혜(상호성)는 대칭성(symmetry)의 패턴을 특징으로 하며 시장교환에서의 즉시적 등가교환과 달리,“호혜(상호 성)는 일정한 시간 차이를 두고 선물과 답례의 방식이 부등가적으로 이뤄지 면서 사회적 유대관계를 항구적으로 유지시켜준다. 폴라니는 이러한 호혜성에 대해 그의 사회인류학적 고찰을 통해 고대에는 지배적인 경제통합 방식이었고, 지금까지도 사회복지와 재분배에 관한 담론에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요소라고 설명하였다.

재분배(redistribution)는 주로 중앙 권력기관이나 기구를 통하여 재화가 이동하는 방식인데, 고대 원시 공동체에서는 족장이, 고대 국가에서는 왕에 의해 사회 구성원들에게 걷어 들였던 다양한 재화가 분배되었었다. 이 시기의 재분배 행위는 일종의 환원의 개념으로 작용했으며,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 들끼리의 결속과 단합을 도모할 수 있었고, 권력자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재분재는 중심성 (centricity)의 제도적 패턴을 지니게 되며, 오늘날에도 북서부 아메리카 인디 언들의 관습인 포틀래치(potlatch)라는 형태를 통해 재분재의 속성을 이해할 수 있다.

교환(exchange)은 시장이라는 체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적 행위이 며, 고대에도 현대에도 인간의 삶속에는 늘 존재해 왔다. 그러나 19세기 이전의 역사 속에서 시장은 오늘날과 같은 대규모의 시장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 며, 상황에 따른 부분적인‘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소규모 체제가 통상적인 형태였다. 따라서 교환을 위한 시장은 구성원들 간의 경쟁을 유발하지 않으며 필요이외의 다른 이익추구 욕망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즉 인간에게 시장은 거래 물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었으며 단지 교환이 이루어 지는 장소적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폴라니의 연구에서 등장한 서아프리카 지역의 다호메이(Dahome y)왕국의 경우, 단순 교환이외에 사회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품,예를 들어 식품이나 생필품 일부 등은 생산자 집단과 소비자 집단이 수요와 공급을 협상하여 고정가격으로 판매하였다. 이 경우, 단순 물품 교환 형태가 아닌 조개껍데기로 만들어진 화폐가 사용되었는데, 이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물품이 가격 흥정 등을 통한 왜곡된 가격 조정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불화의 여지를 제거함으 로써 사회의 유대와 통합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인류에게 유지되어온 대부분의 경제적 방식은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했던 것이 아닌, 교환이라는 요소 이외에도 호혜, 재분배의 원칙에 바탕을 두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호혜, 재분배, 교환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행위들은 공동체 내의 일종의 문화적 상징이자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요소가 되었다. 공동체의 성격과 상황이 단순하고 단일하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다양하고 유연한 방식이 필요했다.

민지연 칼럼리스트 /문화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