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와 에너지①]소비자, 분산형 전원 생산과 거래 참여한다

기사입력:2020-10-14 16:05:00
[공유경제신문 이경호 기자] 전세계는 공유경제가 지닌 잠재 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80% 수준으로 증가했다. 오는 2025년에는 그 규모가 3,350억 달러에 달해 전통적 대여시장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유경제 개념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숙박, 차량, 금융 등을 넘어 에너지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술발전 등으로 소비자도 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등장함에 따라 에너지부문에서도 공유경제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공유경제의 에너지부문 적용 초기 단계로서 에너지부문의 공유경제 활용 가능성, 관련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에너지부문의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도적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가 생산한 소규모 자원을 모아 전력시장에서 거래를 대행해주는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을 신설했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가 생산한 소규모 자원을 모아 전력시장에서 거래를 대행해주는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을 신설했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는 에너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생산 · 판매하는 주체를 지칭한다. 에너지 프로슈머의 등장으로 자신이 생산하고 남은 전기를 다른 소비자와 전력망에서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에너지부문 에서도 공유경제의 틀이 마련됐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정책 방향 모색의 일환으로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가 생산한 소규모 자원을 모아 전력시장에서 거래를 대행해주는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을 신설했다.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은 1MW 이하의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규모제한 없음)에서 생산한 전기를 중개사업자가 모아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는 사업이다.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도입으로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판매 절차, 가격 협상 등 복잡한 사안을 중개 사업자에게 위탁해 전력시장 참여가 용이해졌다.

에너지부문에 공유경제를 도입함으로써 우리는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구축, 친환경에너지 이용 확대 및 기후변화 대응, 신기술 채택으로 경제적 혜택 영위, 이해당사자들의 공동의 이익 증진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부문의 공유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보장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 정책적·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가 시장에 참여하고 활발히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현행 전기사업법 하에서 에너지 프로슈머의 전력 판매는 전력거래소를 중심으로 개설된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을 통한 전력거래만이 허용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전력중개사업 기반 위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함으로써 에너지 프로슈머를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단계적으로는 이웃 간 전력거래를 허용·확대함으로써 공유경제의 의미를 되살리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과 연계 추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지역 단위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연계, 규제완화 및 제도 개선 등을 들 수 있다.

정부는 ‘2030 에너지 신산업의 확산전략(’15.11월)’을 발표한 이후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활성화를 위한 관련 계획과 법 마련을 추진해왔다. 성과는 미미했으나 두 차례의 이웃 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전기사업법 개정(’18.6월)을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가 생산한 소규모 자원을 모아 전력시장에서의 거래를 대행해주는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을 신설했다.

전기사업법 개정 마지막 단계에서 에너지 직거래에 대한 내용이 빠지면서 여전히 개인 간 전력거래에 대한 법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려는 전 세계적 트렌드와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향후 단계적으로 개인 간 전력거래도 허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산형 전원 보급이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전력 생산 및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분산형 전원 보급이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전력 생산 및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에너지 프로슈머 수익모델은 구매자나 거래 방식에 따라 전력회사와의 전기요금 상계거래, 개인 간(peer-to-peer, P2P) 전력거래, 도매시장 거래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상계제도는 분산형 전원을 통해 생산된 전력 중 전력회사에 역송한 잉여전력을 수전량에서 차감하여 전기요금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최초 도입 되었으며, 이후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주요 정책으로 채택되고 있다.

둘째, 개인 간 전력거래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소비하고 남은 잉여 전력을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과는 별도의 판매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럽 국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전력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에너지 프로슈머는 잉여전력을 도매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개사업자가 소규모 분산자원을 모집해 전력 도매시장에서 거래를 대행하고 판매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규모 설비, 화석연료 발전 중심의 전통적인 전력시스템에서 소비자는 전력회사와의 거래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 단방향, 수동적 소비 형태를 보여 왔다. 그러나 분산형 전원 보급이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전력 생산 및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분산형 전원이 확대된 배경은 기술의 발달과 환경적 요인으로 정리 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지난 10년간 크게 하락했다.

소비자들의 분산형 전원에 대한 가격 접근성이 매우 높아졌으며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전력 생산에 참여할 유인이 커졌다.

또한 태양광, 연료전지, ESS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가 전력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의 범위가 확대되고 나아가 다양한 분산형 전원을 연계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 지면서 소비자의 전력 생산 기회가 확대됐다.

또한 자원고갈,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도 신재생 에너지 기반 분산형 전원 확대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시도하며 야심찬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특히 각 국은 대형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만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전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분산형 전원을 활성화 할 경우 기존 대형 발전소 및 송배전망 건설 시 발생했던 지역 갈등이 나 송배전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국가들이 분산형 전원 활성화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경제구조 및 인구구조의 변화와 에너지효율 제고 등으로 인해 선진국들의 전력 수요 증가율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 소비 증가율이 감소하면 시장 논리에 의해 도매시장에서의 전력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역시 도매시장 전력가격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도매시장에서 전력 가격은 발전소별 한계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한계비용이 0이고 우선 급전이 보장되어 모든 발전량이 도매시장에 진입한다. 이 경우 한계 비용이 비싼 발전기부터 도매시장에서 퇴출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확대되면 결과적으로 도매 전력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전력 수요 증가율 둔화 및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로 도매시장에서의 전력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매 전기요금은 상승했다.

소매 전기요금은 일반적으로 도매시장 전력가격에 세금이나 각종 부과금, 송배전망 사용료 등이 포함되어 책정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 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지원금 및 보조금이 확대되고 송배전망 업그레이드 비용 등이 추가됨에 따라 소매 전기요금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도매시장에서 결정되는 한계가격과 전기요금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전기요금 절감으로 보상받으려는 유인이 작용하면서 에너지 프로슈머가 등장했다. 실제로 에너지 프로슈머는 독일, 호주 등 소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급격히 상승한 국가에서 활성화되어 왔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에너지 프로슈머는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문헌: 에너지부문의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 사례 연구
김소희 · 이상훈 · 윤성권 · 신혜지 · 문효동 「기업형 프로슈머 육성을 위한 제도 연구」 , 기후변화센터, 2017.3
박문수 · 김천곤· 고대영· 이동희· 이순학, 「공유경제 활성화를 통한 서비스업 성장전략」, 산업연구원, 2016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사업법 시행령」 , 2013.3.23.
유정민, “분산에너지자원의 확대와 시장구조 개선 과제”,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seoul energy brief 2018-01」 , 2018
이유수,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 「미래연구 포커스」 ,2017

이경호 공유경제신문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