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공익②] 윤리적 소비자의 등장

기사입력:2017-12-22 08:00:00
[공유경제신문 김찬현 기자] 인간은 매일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소비하며 살아간다. 현대사회를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사회로 얘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현대의 소비는 물질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은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욕구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소비 과정에 다양한 의미 부여를 한다.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사회는 구조적 과잉(un excédent structurel)과 구조적 궁핍(une pénurie structurelle)이 동시에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대 소비사회는 빈부의 격차가 있는 이중적인 상황 속에서 소비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구조적 과잉과 궁핍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소비과정에 소비 윤리(ethics of consumption)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소비행동에 나서고 있다.

소비 윤리의 횡적차원을 보면 소비자들은 동시대의 소득 재분배에 관심을 갖고 절제와 나눔, 자선, 기부와 같은 소비윤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종적 차원에서는 환경과 다음 세대를 고려한 소비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또, 시장경제를 바라보는 기초적 소비윤리 차원에서는 절제된 이기심, 정직성, 신뢰성, 책임의식과 같은 윤리적 가치가 구성원에게 생활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Clipartkorea
사진=Clipartkorea

구조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를 강조하는 소비자들은 소비자 단체와 시민단체를 통해 체계화되고 있으며, 대중매체를 통해 윤리적 소비를 확산시키고 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해서 크레인과 매튼은 윤리적 소비를 개별적, 도덕적 신념에 의한 소비선택을 하는 의식적이고 신중한 선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소비자의 개별적 도덕적 신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행동으로 윤리적 소비를 설명하기도 한다. 또, 윤리적 소비행동을 소비 과정에 따라 윤리적 투자와 나눔과 기부를 자원배분 행동으로 보는 입장도 있고, 환경 친화적 상품 구매나 공정무역 상품 구매, 로컬 구매를 구매 행동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들 사이에 윤리적 기업에 제품에 대한 녹색소비, 로컬 소비 등 구매 운동이 일어나면서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윤리적 소비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블로그, 인터넷 카페, SNS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기업과 제품정보들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됨에 따라 윤리적 소비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또, 인터넷 매체의 특성상 소비자 들이 온라인상에서 정보공유를 하며 윤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집단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과거의 소비자와는 달리 현재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 스의 품질 가격 디자인 등 전통적인 구매 요소뿐만 아니라 기업이 실행하는 기부 공익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의 도덕적인 측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1년 6월에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경우 가격이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 하겠다”는 응답이 조사대상자 350명의 92%에 달했다.

싼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Consumer)들이 기존의 소비 패턴 하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한 사회의 시민(Citizen)으로 돌아가 윤리적 소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즉, 기존의 경제학에서 소비자의 구매 결정기준은 이기심(self-interest)이었지만, 윤리적비에서는 이타심(altruism)이 구매행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소비자 트렌드의 하나로 ‘행동하는 소비자(Mr. and Mrs. Consumers)’가 꼽기도 했다. 기존의 소비자 운동이 기업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업 제품 ‘불매 운동(Boycotts)’이었다면, 이제는 착한 기업에 대한 제품 구입을 독려하는 긍정적인 측면의 ‘구매 운동(Buycotts)으로 바뀌고 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역시 2007년 ‘경쟁의 새로운 규칙 형성(Shaping the New Rules of Competition)’이라는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결정을 내릴 때 적어도 몇 번 정도는 해당 기업의 사회적 평판을 감안하는 윤리적 소비자층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이 계층에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윤리적 소비자의 증가는 기업들의 이윤 추구에 따른 경제적·법적 정당성 뿐만 아니라 기부활동을 위한 기업들의 윤리적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포 하고 있다. 소비에 환경과 윤리적 가치가 더해진 윤리적 소비가 점차 확대되면 서, 친환경 제품과 공정무역 상품, 기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참고자료: Business Ethics (Crane & Matten), La Société de Consommation(Baudrillard, J),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이상률), 한국기업들의 사회적 마케팅의 현재와 미래(나종연), 소비윤리의 내용과 차원 정립에 관한 연구(송인숙),우리나라 윤리적 소비자에 대한 사례연구(홍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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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