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홀딩스, 소액주주 반발 불러온 ‘무상감자’ 논란

무리한 무상감자 추진 두고 다양한 시각...소액주주 반발에 결국 백기 기사입력:2019-03-15 20:08:56
한솔홀딩스, 소액주주 반발 불러온 ‘무상감자’ 논란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한솔홀딩스가 최근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무상감자 철회를 발표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측과 소액주주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한솔홀딩스는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액면액 감소에 의한 자본감소의 건’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1월 한솔홀딩스 소액주주연대는 사내이사 선임과 현금배당 1주당 250원, 유상감자 등의 내용을 담은 제안서를 회사측에 제출했다. 사업 과정에서 인수 업체 부실 등으로 인해 낮아진 주주가치를 높여달라는 취지에서다.

한솔홀딩스는 당기순손실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2017년 867억원, 2018년 321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솔홀딩스는 지난 2015년 1월 변경상장된 뒤 지난 2017년 주당 50원을 제외하고 2015년과 2016년은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다.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2015년 상장 당시 약 7900원 선이던 주가는 같은해 6월 9500원에서 2016년 6000원대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약 4600원까지 내려간 뒤 현재까지 4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소액주주들의 제안을 받은 한솔홀딩스는 가용현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자본구조를 개선해 안정적으로 배당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무상감자를 제안했다.

지난달 26일 한솔홀딩스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발표한 무상감자는 액면가 5000원을 1000원으로 80%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로 인해 현재 약 2300억원인 자본금을 약 460억원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주식수에 대한 변화가 없기 때문에 주식 가치에 변동이 없고, 낮아진 자본금으로 발생한 차익을 배당에 사용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였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반발했다. 무상감자로 액면가가 낮아지면 현재 지분율이 63.5%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20.4%인 특수관계인에 비해 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결국 한솔홀딩스는 지난 8일 무상감자 안건을 철회했다.

공시 번복으로 인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을 감수한 결정인데, 한솔홀딩스의 이같은 무리한 무상감자 추진 배경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조동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약 20%인 상황에서 많은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무상감자 안건을 가결 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후퇴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일각에서는 무상감자를 통해 고 이인희 고문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무상감자를 시행하게 되면 보통 지분 가치가 낮아져 상속세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고 또한 유상증자로 지분을 취득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의 지분은 8.93%, 고 이인희 고문의 지분은 5.54%다. 현재 주가 기준 이 고문의 지분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20억원, 상속세는 약 6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감자와 관련해 다양한 시선과 의혹이 제기되자 한솔홀딩스는 무상감자 철회를 밝히면서 부정적인 루머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한솔홀딩스는 “회사의 진정성과는 별개로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해 액면액 감소 안에 대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이 실행하는 통상적인 무상감자로 오해하거나, 회사가 향후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게 아니냐는 루머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이를 조기에 불식시켜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안건 철회를 결정했다”며 “더 이상 이 안건에 대한 부정적인 루머가 확산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2015년 지주사 출범 이후 주주 이익환원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지난해에만 주당 50원의 배당을 실시, 100만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실시해왔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솔홀딩스는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회사와 소액주주들이 유상감자, 배당, 사내이사 선임 등의 내용을 두고 어떤 결과를 낼지 관심을 높이고 있다. 특히 사내이사 선임은 과반의결권을 확보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