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탁에 오른 담합, 돼지고기 업체들이 무너뜨린 시장의 기본

기사입력:2026-03-13 14:10:57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돼지고기 담합은 숫자보다 무겁고, 과징금보다 뼈아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이번 사건은 일부 업체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 소비자가 매일같이 장을 보며 마주하는 대표 먹거리 가격이 경쟁이 아니라 사전 합의로 정해졌다는 점에서다. 삼겹살과 목심처럼 식탁에 가장 자주 오르는 품목의 납품가가 업체들끼리 짜맞추기로 움직였다면, 훼손된 것은 단순한 거래 질서가 아니라 시장의 기본이다.

기업은 늘 시장 논리를 말한다. 원가 부담을 말하고, 수급 불안을 말하고, 가격 인상의 불가피함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시장이 가장 요구하는 경쟁의 원칙은 스스로 무너뜨렸다. 이마트 일반육 입찰과 브랜드육 견적 제출 과정에서 납품가격을 미리 맞춘 행위는 경쟁을 가장한 공모였다. 소비자는 여러 업체가 경쟁한 결과를 가격표로 받아들였겠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격의 하한선이 먼저 정해졌던 셈이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더 문제는 품목의 성격이다. 돼지고기는 사치재가 아니다. 외식비가 부담스러울수록 가정이 더 자주 찾는 기본 식재료다. 물가가 오를 때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품목 중 하나다. 이런 영역에서 담합이 벌어졌다면 피해는 통계보다 넓고 깊다. 소비자는 선택권을 잃고, 정상적인 경쟁이 있었다면 누릴 수 있었던 가격 인하 효과도 빼앗긴다. 기업들끼리 맞춘 숫자의 끝은 결국 소비자 지갑이다.

담합은 흔히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은밀한 계산으로 포장된다. 과당 경쟁을 피하려 했을 뿐이라고 둘러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업의 사정일 뿐 소비자가 감수해야 할 이유는 없다. 경쟁이 버거웠다면 품질로 승부했어야 하고, 효율로 비용을 낮췄어야 했다. 브랜드육끼리 가격 차가 벌어지면 판매가 어렵다는 논리는 담합의 변명이 될 수 없다. 팔기 어려우니 함께 비슷하게 비싸게 가자는 발상은 시장경제가 아니라 가격 카르텔의 논리다.

이번 사건은 유통 구조의 취약점도 드러냈다. 대형마트 납품 시장은 거래 규모가 크고 가격 파급력이 크다. 그만큼 투명성과 감시가 더 정교해야 한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메신저와 통화로 가격을 조율했고, 오랜 기간 이를 이어갔다. 담합이 반복됐다는 것은 적발의 눈보다 공모의 손이 더 빨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정위 제재는 당연하지만, 사후 적발만으로는 늦다. 생필품 납품 구조와 판매가 연동 과정을 더 투명하게 들여다볼 장치가 필요하다.

과징금도 중요하고 고발도 필요하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소비자가 잃은 신뢰까지 회복되지는 않는다. 먹거리 담합은 적발 순간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적발 전까지 얼마나 오래 소비자 부담으로 누적됐는지를 함께 따져야 하는 문제다. 유통사 역시 “속았다”는 입장에 머물 일이 아니다. 입찰 구조가 담합에 취약하지 않았는지, 가격 변동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때 경보를 울릴 내부 점검 체계가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시장은 경쟁으로 유지된다. 특히 서민 식탁과 맞닿은 먹거리 시장일수록 더 그렇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무너뜨린 것은 납품 질서만이 아니다. 소비자는 기업이 제시한 가격을 믿고 물건을 산다. 그 믿음을 뒤에서 흥정한 담합은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기업 스스로 입에 올리던 공정 경쟁의 명분까지 허물었다. 돼지고기 가격표 뒤에 숨어 있던 공모의 민낯은 그래서 더 불편하다.

먹거리 앞에서만큼은 담합이 발붙일 틈이 없어야 한다. 식탁은 기업들의 계산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