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탬이 되고 싶다"…생전 아들 뜻 기려 보상금 기부

기사입력:2018-01-10 10:58:18
천국에서 온기 전달한 정성훈 씨(사진=부산연탄은행 제공)
천국에서 온기 전달한 정성훈 씨(사진=부산연탄은행 제공)
[공유경제신문 김찬연기자] 장밋빛만 가득할 것 같았던 23세 청년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뒤 부모가 사고 보상금을 청년이 평소 기부하기 원했던 연탄배달 봉사단체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10일 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작년 11월 4일 해양 전문가를 꿈꾸며 대형 컨테이너선의 항해사로 일을 시작한 23살 청년 정성훈 씨가 숨졌다. 정 씨는 한국해양대학교를 막 졸업해 취업한 뒤 2번째 승선한 배에서 하역 작업 중 불의의 추락 사고를 당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따뜻한 성품을 가져 선후배로부터 인정받았던 정 씨의 죽음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 씨가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난 이달 9일 부산연탄은행을 운영하는 강정칠 목사에게 정 씨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정 씨의 사망 소식을 전한 아버지는 “우리 성훈이가 매월 2만 원씩 연탄은행에 돈을 보내기를 희망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매월 2만 원씩 빠져나가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성훈이 보상금에서 500만 원을 보내니 성훈이를 위해 잘 사용해 달라”고 말했다.

정 씨는 사고를 당하기 이틀 전 연탄은행에 매월 2만 원씩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멘토로 생각했던 한기철 도선사가 연탄은행에 봉사와 후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기부를 결심한 상태였다.

강 목사는 전화를 받는 내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부산연탄은행에서는 정 씨의 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더 귀한 곳에 사용해 달라는 뜻도 전했다. 하지만 정 씨의 아버지는 “목사님 울지 마시고 성훈이를 봐서라도 이 돈을 꼭 받아 달라”며 되레 간청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정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소 좋아했던 대학 야구동호회를 비롯해 다른 단체 등에도 사고 보상금을 나눠 기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연탄은행은 정 씨의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밥상을 대접하고 연탄을 나눠줄 예정이다. 또 기부금 일부를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복 지원 사업에도 보탤 계획이다.
강 목사는 “아들을 천국으로 보내며 전해 온 소중한 기부금이어서 따뜻한 활동에 돈을 나눠 쓰고 그 뜻을 기리려고 한다”며 “가슴 아픈 기부금을 받으면서 부산연탄은행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숙제를 동시에 받았다”고 말했다.

김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