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빛과 그늘, 플랫폼 시대 읽는 시선

[리뷰] 마화텅·장샤오롱·쑨이·차이슝산 ‘공유 경제’ 기사입력:2026-03-25 13:11:00
사진=공유 경제(마화텅·장샤오롱·쑨이·차이슝산/ 열린책들)
사진=공유 경제(마화텅·장샤오롱·쑨이·차이슝산/ 열린책들)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공유’는 이제 새로운 말이 아니다. 차를 함께 타고, 남는 방을 빌리고, 쓰지 않는 자원을 거래하는 일은 이미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공유 경제’는 이렇게 익숙해진 풍경을 하나의 유행이 아니라 구조 변화로 읽는다. 소유 중심의 경제 질서가 이용과 연결 중심의 질서로 옮겨가는 흐름을 짚고, 그 변화가 시장과 산업, 정책에 어떤 파장을 낳는지 설명하는 데 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화텅과 텐센트 연구진이 함께 쓴 이 책은 공유 경제를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리한 입문서에 가깝다. 개념 설명에서 출발해 미국, 영국, 한국, 중국의 사례를 두루 다루고, 정부의 역할과 산업의 확장 가능성까지 시야에 넣는다. 공유 경제를 “대중이 플랫폼을 통해 유휴 자원을 공유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현상”으로 규정한 대목은 다소 평이하지만, 책 전체의 문제의식을 간명하게 보여 준다. 개인 간 거래에 국한하지 않고 기업과 기업, 정부와 개인의 관계로까지 범주를 넓혀 보는 시선도 특징적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핵심은 유휴 자원이다. 비어 있는 방, 쉬고 있는 자동차, 남는 시간과 자금처럼 흩어져 있던 자원이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책은 이 지점에서 공유 경제를 경기 침체기에 등장한 일시적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 환경이 낳은 필연적 변화로 해석한다. 대량 생산과 과소비의 시대에 축적된 잉여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은 단순하지만 설득력이 있다. 교통과 숙박에 머물던 공유 경제가 금융, 물류, 공공 서비스로까지 번져 가는 흐름도 이 틀 안에서 이해된다.

국가별 사례를 정리한 대목은 실용적이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소비 습관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맞물리며 공유 경제의 선도 시장으로 부상한 나라로 그려진다. 영국은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와 실험이 비교적 활발한 사례로 제시된다.

한국은 높은 디지털 접근성과 빠른 플랫폼 수용성을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읽힌다. 중국은 가장 역동적인 실험장이다. 같은 공유 경제라도 제도와 문화, 산업 구조에 따라 작동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책은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 준다.

정부를 바라보는 시선도 눈에 띈다. 이 책에서 정부는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다. 제도를 설계하고,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세제와 보험 같은 기반을 조정하는 주체로 등장한다. 민간 플랫폼의 혁신만으로 공유 경제를 설명하지 않고, 공공의 역할까지 함께 짚는 태도는 의미가 있다. 공유 경제를 기업의 사업 모델이 아니라 사회 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해하려는 시각도 이 대목에서 힘을 얻는다.

다만 책 전반에는 공유 경제를 향한 낙관이 비교적 짙게 깔려 있다. 플랫폼은 연결을 넓히고, 유휴 자원은 수익으로 전환되며, 시장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전망이 중심을 이룬다. 이런 서술은 공유 경제가 지닌 성장성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지금의 독자에게는 다소 단선적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 플랫폼은 편의를 키웠지만, 동시에 데이터와 수수료, 규칙 설계 권한을 집중시켜 왔다. 소비자 효용이 커진 만큼 기존 산업 종사자의 불안도 함께 커졌다. 위험과 책임이 개인에게 이전되는 문제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공유 경제의 가능성과 확장성은 충실히 설명하지만, 그 안의 권력 구조를 집요하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공유’라는 이름이 실제로는 플랫폼의 중개 권한 확대를 정당화하는 언어일 수 있다는 비판적 문제의식은 상대적으로 옅다. 무엇을 나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규칙을 만들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누가 수익을 가져가느냐다. 이 책은 그 질문을 비껴가지는 않지만, 끝까지 밀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공유 경제’는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공유 경제의 기본 개념과 형성 배경, 국가별 흐름, 정책적 쟁점을 한 권으로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의 큰 흐름을 빠르게 이해하려는 독자에게는 충분한 길잡이가 된다. 특히 산업계와 정책 현장에서 공유 경제를 실무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독자라면 참고할 대목이 적지 않다.

결국 이 책은 미래의 방향을 정리하는 데 강점이 있는 책이다. 다만 오늘의 독자가 공유 경제를 읽는 이유는 단지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더 많이 연결된 사회가 곧 더 공정한 사회인지, 플랫폼이 키운 효율이 누구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함께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유 경제’는 그 물음을 끝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시작하게 하는 데는 충분한 역할을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전망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플랫폼 시대를 읽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 할 만하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