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라는 이상, 비즈니스라는 현실

[리뷰] 앨릭스 스테파니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기사입력:2026-03-19 14:05:34
사진=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앨릭스 스테파니/ 한스미디어)
사진=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앨릭스 스테파니/ 한스미디어)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공유경제는 한때 낯선 유행어처럼 소비됐지만, 이제는 산업 구조와 도시 생활, 소비 습관을 바꾸는 현실의 언어가 됐다. 앨릭스 스테파니의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는 그 변화의 실체를 개념과 사례, 시장과 정책의 층위에서 차분히 해부한 책이다.

이 책의 강점은 공유경제를 막연한 이상론이나 도덕적 구호로 포장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함께 쓰면 더 좋아진다’는 수준의 선언에 머물지 않고, 공유가 왜 시장이 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익모델이 형성되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부담을 떠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공유경제를 기술의 부산물이 아니라 자산 활용의 비효율, 도시화, 소비 방식의 변화가 맞물려 탄생한 경제 질서로 읽어내는 시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저자는 유럽의 대표적 주차 공간 공유 플랫폼 저스트파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다. 책은 이론서이면서 동시에 현장 보고서의 성격을 띤다. 실제 창업가와 투자자, 기업, 정책 입안자들을 폭넓게 만나 얻은 통찰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래서 문장은 어렵지 않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공유경제의 구조를 설명할 때도 추상적 개념보다 생활 속 장면과 사업 현장의 경험을 앞세운다. 독자는 에어비앤비나 우버, 주차 공유 서비스 같은 익숙한 사례를 통해 플랫폼이 어떻게 신뢰를 만들고, 유휴자산을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바꾸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책은 특히 공유경제를 둘러싼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배치한다. 소비자는 더 저렴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원한다. 공급자는 남는 자산으로 수익을 얻고 싶어 한다. 스타트업은 빠른 확장을 추구한다. 기존 산업은 생존을 걱정한다. 정부는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안전과 과세, 노동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이 책은 이 복잡한 충돌을 선악 구도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갈등이 왜 불가피한지, 그 갈등이 제도의 미비 때문인지 기존 산업의 저항 때문인지, 아니면 플랫폼 기업의 책임 회피 때문인지를 차례로 짚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유경제를 ‘착한 경제’로만 보지 않는 태도다. 공유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인상과 달리, 현실의 공유경제는 냉정한 플랫폼 경쟁과 자본의 논리 위에서 작동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혁신이 언제나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며, 효율이 곧 공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을 넓힐수록 규제, 책임, 보험, 안전, 노동권 같은 오래된 질문은 더 날카롭게 돌아온다. 책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구성도 안정적이다. 공유경제의 정의에서 출발해 소비자, 창업자, 투자자, 기존 기업, 정부의 시선으로 논의를 확장하는 방식은 초심자에게도 친절하고, 실무자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창업과 투자 파트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사업이 되고, 사업이 어떻게 자본을 만나 성장하는지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기존 대기업과 정부를 다룬 대목에서는 혁신을 무작정 찬양하거나 규제를 무조건 비판하지 않는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제도의 한계와 함께, 새로운 사업자 역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문체는 경쾌하다. 복잡한 산업 담론을 사례와 에피소드로 풀어내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그렇다고 통찰까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공유경제의 본질을 ‘소유의 축소’가 아니라 ‘접근의 확대’, ‘독점의 해체’이자 동시에 ‘플랫폼 권력의 재편’으로 읽게 만든다.

이 대목에서 책은 단순한 비즈니스 입문서를 넘어선다. 오늘의 공유경제가 미래 산업의 해법인지, 또 다른 집중과 독점의 예고편인지를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국내 독자에게도 시사점은 뚜렷하다. 한국 사회는 높은 도시 밀도, 빠른 디지털 수용성, 치열한 플랫폼 경쟁을 동시에 안고 있다. 공유경제가 가장 역동적으로 실험될 조건을 갖췄지만, 그만큼 갈등도 쉽게 증폭된다.

이 책은 공유를 둘러싼 찬반을 넘어, 어떤 기준과 제도로 혁신을 사회 안에 안착시킬 것인지를 묻는다. 단순히 ‘허용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으며, 어떤 공공성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논의를 끌고 간다.

아쉬움도 있다. 사례 중심의 전개가 장점인 동시에,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이나 지역 공동체의 균열, 데이터 독점 문제 같은 최근의 비판 지점은 상대적으로 더 보강됐더라면 하는 여지를 남긴다. 다만 이는 책의 한계라기보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이 출간 이후 더 복잡한 현실 속으로 들어갔다는 방증에 가깝다.

결국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는 공유경제를 낙관도 비관도 아닌 현실의 언어로 번역한 책이다. 무엇을 함께 쓸 수 있는가보다, 그 함께 씀을 누가 설계하고 어떤 규칙으로 운영하는가를 묻는다. 소유를 덜어낸 자리에 공존의 질서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공유경제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독자,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를 이해하려는 실무자, 혁신과 규제의 균형점을 고민하는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한 길잡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