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강점은 공유경제를 둘러싼 흩어진 개념과 논의를 한데 모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공유경제를 단순한 ‘나눔’이나 ‘착한 소비’로 포장하지 않는다. 화폐를 매개로 한 상업적 교환, 디지털 기술이 가능하게 한 낯선 이들 사이의 거래, 기업 중심 질서에서 개인과 소규모 공급자가 부상하는 흐름을 함께 묶어 설명한다. 공유경제를 ‘대중 자본주의’로 다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래의 주체와 자본의 조직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책은 에어비앤비와 우버 같은 익숙한 사례에서 출발하지만, 곧 더 넓은 지형으로 시야를 확장한다. 리프트, 블라블라카, 태스크래빗, 인스타카트, 엣시 같은 플랫폼은 물론이고 덜 알려진 서비스와 실험적 플랫폼까지 끌어와 공유경제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독자는 공유경제를 몇몇 성공한 앱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노동과 숙박, 이동과 자산 활용 전반을 뒤흔드는 변화로 체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가 공유경제를 기술 낙관론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은 ‘소유의 감소’만 말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서 진행되는 ‘고용의 변화’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전일제 일자리가 계약 기반 노동으로 대체될 가능성, 사생활과 직업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 플랫폼이 편의와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위험과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문제를 함께 짚는다. 공유경제를 미래의 해답으로만 떠받들지 않고,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묻는 태도에서 경제학자의 냉정함이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찬사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순다라라잔의 통찰은 분명하지만, 오늘의 독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낙관을 현실의 마찰과 함께 읽는 일이다. 플랫폼은 유휴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시장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
하지만 그 효율이 곧바로 공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별점과 리뷰, 알고리즘과 수수료, 규제의 공백과 책임의 분산은 공유경제를 더 민주적으로도, 더 불안정하게도 만들 수 있다. 이 책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완성된 해답을 제시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그 질문 속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문장과 구성은 대체로 친절하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주요 개념의 흐름을 짚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추상적인 논의를 현실의 풍경으로 옮겨놓는다. 경제학 책이지만 난해한 이론서라는 인상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플랫폼 노동, 블록체인, P2P 시장, 규제 문제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읽게 하는 힘도 있다.
다만 사례 변화가 빠른 분야인 만큼, 독자는 책에 등장하는 개별 서비스의 성패보다 저자가 제시한 프레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이름은 바뀌어도 거래 비용을 낮추고, 신뢰를 데이터화하며, 개인을 공급자로 편입시키는 구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공유경제를 예찬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포를 부추기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해부하는 책에 가깝다. ‘소유’가 줄어드는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는지, ‘고용’이 약해지는 자리를 어떤 제도가 메워야 하는지, ‘대기업’ 중심 경제가 흔들리는 틈에서 개인은 더 자유로워지는지, 아니면 더 고립되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은 4차 산업혁명 담론이 화려한 기술의 이름에만 머물 때 놓치기 쉬운 핵심이기도 하다.
독자에게 남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유경제의 본질은 단순히 물건을 함께 쓰는 데 있지 않다. 신뢰와 자본, 노동과 거래의 조직 방식이 플랫폼을 통해 다시 설계되는 데 있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 책은 그 변화를 미화하지도 않고, 섣불리 단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되묻는다. 편리함의 확대 뒤에 어떤 사회적 계약을 새로 써야 하느냐고. 좋은 경제서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단의 기준까지 남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