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공포된 개정 담배사업법이 이달 24일부터 시행되면서 담배의 정의는 종전의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제조한 제품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제조한 제품으로 확대됐다.
연초의 범위도 잎에 한정하지 않고 줄기와 뿌리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포함되지 않았던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사업법, 국민건강증진법, 개별소비세법, 지방세법, 담배유해성관리법 등 관계 법령의 적용 대상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제조·수입 단계부터 시작된다.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조해 판매하려면 재정경제부 장관의 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입해 판매하려면 시·도지사에게 수입판매업 등록을 해야 한다. 제조장이나 보세구역에서 제품을 반출할 때는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제세부담금도 납부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 시행 초기 충격을 고려해 이들 부담금에 대해 2년간 한시적으로 50% 감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합성니코틴 제품이 사실상 일반 전자기기나 생활용품처럼 유통되던 구조에서 벗어나 담배와 동일한 조세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된 셈이다.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변화도 적지 않다. 앞으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포장지에는 경고문구와 경고그림이 들어가야 하고, 니코틴 용액의 용량 등 담배 성분도 표기해야 한다. 담배유해성관리법에 따라 판매 중인 제품은 2년마다 유해성분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가향물질 함유 표시도 제한된다. 제품 외관만 봐서는 일반 소비재와 구별이 어려웠던 합성니코틴 전자담배가 이제는 포장, 성분 공개, 유해성 관리 측면에서 일반 담배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유통과 판매 단계의 규제도 한층 강화됐다. 소비자에게 담배를 직접 판매하려면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한다. 담배소매인이 아닌 자는 담배를 판매할 수 없다. 온라인 판매는 금지되고, 청소년 대상 판매도 금지된다. 담배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금품 제공 등 판촉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담배의 포장이나 내용물을 바꿔 판매하는 행위도 금지돼 제조·수입된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개봉한 뒤 다른 물질을 첨가하거나 내용을 바꿔 다시 파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액상 카트리지나 용액을 임의로 혼합·변형해 재판매하는 관행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흡연 규제도 강화됐다.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제품은 금연구역에서 사용할 수 없다. 기존에는 합성니코틴 제품이 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금연구역 규제 적용을 놓고 혼선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사용 금지 범위가 명확해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점이나 전자담배 판매점에서의 구입 절차뿐 아니라 공공장소와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사용 기준도 일반 담배와 같아졌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시행 초기 시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 법 시행일 전후 제품을 구별하는 식별표시 제도도 도입했다. 지난 24일 이후 제조돼 반출되거나 수입 신고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포장지 앞면과 개봉부에 식별문구를 직접 인쇄해야 한다.
식별표시는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테두리, 검정색 고딕체로 표시되며 스티커 부착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문구에는 해당 제품이 지난 24일 이후 적법한 시설과 자격을 갖춘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 의해 제조·수입된 담배이고 관계 법령에 따른 과세 절차를 이행했다는 내용이 담긴다. 소비자는 이 표시를 통해 법 시행 이전 제품과 이후 제품을 구별하고 세금 부과 절차 이행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판매자에게는 일부 유예 조치가 주어진다. 합성니코틴 제품을 이미 판매해온 사업자가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을 때는 영세 자영업자 보호 차원에서 소매인 지정 요건 가운데 영업소 간 거리제한 기준만 법 시행 후 2년간 유예된다. 다만 이는 거리제한에 한정된 특례다. 인적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고 건축법 등 관계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 다른 요건은 그대로 충족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라고 해서 별도 절차 없이 계속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소비자 안전 측면에서 관심이 큰 시행 전 재고제품 관리 방안도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법 시행 전에 제조·수입된 액상형 전자담배 재고제품에 대해서도 별도의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3월 5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행정예고안에는 재고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온라인 판매 제한, 장기 유통 제품에 대한 판매 제한 권고, 소비자 고지 등 안전관리 기준이 포함됐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마치는 대로 최종안을 조속히 시행할 방침이다. 새 법 시행 이전에 시중에 풀린 제품까지 관리 범위에 넣어 제도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담배 정의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지만, 니코틴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화학물질로 제조된 인체흡입용 유사니코틴 제품에 대해서도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보도자료에는 6-메틸니코틴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현행법상 이런 물질은 니코틴으로 분류되지 않아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정부는 유해성 평가를 조속히 추진하고 필요한 안전조치와 제도적 대응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합성니코틴 규제가 강화된 뒤 유사 화학물질로 시장이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분류 변경을 넘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시장 전반의 운영 원칙을 바꾸는 조치에 가깝다. 종전에는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보지 않아 세금, 판매 자격, 표시 의무, 흡연 규제 적용에서 공백이 있었다.
그러나 개정법 시행으로 제조·수입 단계의 허가와 등록, 유통 단계의 과세, 판매 단계의 자격 제한, 소비 단계의 금연구역 규제까지 전 주기 관리 체계가 작동하게 됐다. 소비자에게는 구매 경로와 제품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사업자에게는 사실상 담배업 수준의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구조다.
재정경제부 출자관리과의 박민주 과장은 “이번 제도 시행이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법 체계 안으로 편입해 국민 건강 보호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행일 전후 제품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식별표시 제도와 재고제품 후속 관리 방안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 현장의 혼선을 줄이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정부는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개정 담배사업법이 현장에 차질 없이 안착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둘러싼 규제 공백을 메우는 첫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시행 전 재고 처리와 유사니코틴 제품 관리, 현장 단속 체계 정비가 뒤따라야 제도 실효성이 확보될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