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한국벤처투자와 기술보증기금 등 6개 유관기관과 ‘벤처투자 활성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생산적 금융 대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금융그룹의 자본과 역량을 벤처·창업기업 생태계에 연결해 민간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과 국가창업시대 조성을 금융권이 함께 뒷받침하는 구조다.
협약식에는 한성숙 중기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한국벤처투자, 기술보증기금, 창업진흥원, 신용보증기금, 한국성장금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도 자리를 함께했다.
핵심은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자금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5대 금융그룹은 올해 4천억원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총 8천억원 규모의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자본이 벤처펀드에 출자해 혁신기업 투자를 확대하는 구조다. 정부 의존도가 큰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주도 자금을 보강하는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부터 매년 1천억원씩 모두 4천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5대 금융그룹 전체 조성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 등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정책펀드와의 협업도 확대된다. 5대 금융그룹은 모태펀드와 공동으로 1천억원 규모의 출자자(LP)성장펀드를 조성한다. 이 펀드에는 하나·KB·신한·우리금융그룹이 참여한다.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은 지역 벤처생태계 기반을 넓히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에도 출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벤처투자 자금 흐름을 지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창업기업은 투자 접근성이 낮고 후속 성장 자금 확보도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그룹의 지역성장펀드 참여는 지방 혁신기업 발굴과 지역 산업 생태계 보강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이후 성장 지원도 협약에 포함됐다. 5대 금융그룹은 해외 법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모태펀드 투자 기업의 후속 투자 유치, 기업설명회(IR), 기업공개(IPO), 해외 진출을 연계 지원한다.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성장 단계별 금융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창업 지원 분야에서는 중기부의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가 중심이다. 5대 금융그룹은 이 프로젝트에 200억원을 특별 출연한다. 기술보증기금은 이를 바탕으로 기술 트랙 지역 오디션 진출자가 활용할 수 있는 15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을 신설한다.
보증 조건도 완화된다. 예비 창업자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연 재원 일부를 보증료 경감에 활용한다. 이에 따라 보증료는 전액 감면된다. 보증 비율도 기존 85%에서 100% 수준으로 높아진다. 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예비 창업자에게 초기 자금 조달 문턱을 낮추는 조치다.
로컬 트랙 지역 오디션 진출자에게는 이미 조성된 1천억원 규모의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협약보증을 통해 유동성이 공급된다. 이 보증은 국민은행이 조성한 재원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전국 오디션 진출자에게는 추가 지원책도 제공된다.
금융권의 비금융 지원도 병행된다. 금융그룹 전문가가 참여하는 금융 멘토링, 은행권 자체 멘토링,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후속 지원, 계열 벤처캐피털(VC) 협력 등이 추진된다. 은행 앱을 통한 홍보도 함께 이뤄진다. 정부는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 창업 지원 사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약은 금융위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 담보나 안정적 대출 중심의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 창업기업, 혁신기업, 첨단산업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향을 뜻한다. 금융권 자금이 실물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다.
다만 실제 성과는 자금 집행의 속도와 투자 대상 선정, 사후 관리에 달려 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대규모 지원 계획이 발표돼도 현장 기업이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특히 초기 창업기업은 보증과 투자 심사 문턱, 후속 투자 부족, 지역별 정보 격차를 동시에 겪는다. 이번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원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지역과 초기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는지 점검할 장치가 필요하다.
중기부와 금융위는 모태펀드,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펀드 운용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성장 지원, 유망기업 발굴 분야에서도 공동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지역 주력산업 성장 등 지역 성장동력 발굴·육성에 대한 정책 협력도 확대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글로벌 벤처 4대 강국 도약을 위한 연간 40조원 벤처투자 시장 조성과 국가창업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번 업무협약은 단순한 협력 선언이 아니라 창업·벤처 생태계와 5대 금융그룹의 전문성과 자원을 연결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창업가와 벤처기업, 첨단전략산업 영위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생산적 금융”이라며 “이번 협약식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창업·벤처·성장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정부 정책자금 중심이던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 금융권의 참여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금이 초기 창업기업과 지역 혁신기업까지 실제로 흘러가도록 투자 대상과 집행 실적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