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의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공유경제와 긱이코노미를 둘러싼 화려한 수사를 정면으로 의심하는 책이다. 책은 ‘공유’와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노동의 불안정성을 포장해왔는지, 또 플랫폼 기업이 어떻게 책임은 비워두고 이익만 챙겨왔는지를 사회학자의 집요한 현장 인터뷰로 추적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태스크래빗, 키친서핑 등 서로 다른 플랫폼에서 일한 노동자 80여명의 목소리가 이 책의 뼈대다. 덕분에 이 책은 이념적 비판서에 머물지 않고, 플랫폼 자본주의의 구조가 개인의 일상과 생존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촘촘하게 보여주는 기록물이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추상어를 걷어낸 데 있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논의는 흔히 기술 혁신, 유연성, 자율성 같은 단어에 갇히기 쉽다. 그러나 래브넬은 노동자의 경험으로 시선을 끌어내린다.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말은 언제든 호출될 수 있다는 뜻이 되고, 스스로 선택하는 노동이라는 설명은 사실상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적 강요로 바뀐다. 플랫폼은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평점과 알고리듬, 호출 배분과 계정 정지 권한으로 노동을 지휘한다. 이 책은 그 모순을 한 문장씩, 한 사례씩 드러낸다.
저자가 특히 날카롭게 포착한 대목은 위험의 이동이다. 전통적 고용관계에서 기업이 부담하던 비용과 책임이 플랫폼 노동에서는 개인에게 넘어간다. 산재 위험, 성희롱, 고객 폭력, 소득 변동, 법적 분쟁, 장비와 이동 비용까지 노동자가 떠안는다. 기업은 자신을 기술 중개자로 규정하며 한발 물러서지만, 실제 이익은 가장 앞에서 가져간다.
책 제목이 왜 이렇게 단호한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된다. 이 경제는 공간과 물건을 공유하는 체제라기보다, 노동자를 필요할 때 꺼내 쓰고 사라지게 만드는 체제에 가깝다.
책의 인상적인 지점은 플랫폼 노동의 비참함을 감정에 기대 과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래브넬은 피해의 서사를 늘어놓기보다 구조를 보여준다. 젊은 세대가 왜 이런 노동으로 몰리는지, 왜 투잡과 쓰리잡이 일상이 됐는지, 왜 불리한 조건을 알면서도 앱을 끄지 못하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이 절제된 서술이 오히려 현실을 더 차갑게 만든다. ‘더 저렴하고 더 조악한’ 노동 환경이 어떻게 정상으로 포장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플랫폼의 효율이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묻게 된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책은 먼 나라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배달 플랫폼과 호출 서비스, 숙박 플랫폼, 초단기 일자리 앱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책이 제기하는 질문은 그대로 한국 사회에 꽂힌다.
플랫폼은 편리함을 확장했지만, 그 편리함의 비용을 누가 치르는지는 좀처럼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소비자는 더 빠르고 값싼 서비스를 원하고, 기업은 기술과 혁신의 언어로 시장을 넓힌다. 그 사이에서 노동자는 평가와 경쟁, 차별과 불안정에 노출된다. 이 책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비용을 보이게 만든다.
물론 이 책이 플랫폼 경제 전체를 하나의 얼굴로만 설명하는 한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마다 노동 형태와 진입장벽, 수익 구조가 다르고, 일부 숙련 노동자는 실제로 기존 고용시장보다 나은 조건을 확보하기도 한다.
책 역시 이런 예외를 언급하지만, 전체 서사의 무게중심은 플랫폼의 구조적 폐해에 강하게 실려 있다. 다만 이는 약점이라기보다 저자의 문제의식이 분명하다는 뜻에 가깝다. 이 책은 균형을 가장한 중립보다, 가려진 권력관계를 드러내는 데 더 충실하다.
마지막 장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비판에서 멈추지 않는다. 생활임금과 복지,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제공하려는 대안적 시도들을 소개하며, 플랫폼 노동을 완전히 부정하는 대신 어떤 규칙과 책임이 필요할지를 묻는다.
기술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기술을 둘러싼 제도와 윤리는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 점에서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고발서가 아니라, 플랫폼 시대의 노동정책과 사회계약을 다시 쓰자고 제안하는 책이기도 하다.
문장은 어렵지 않다. 사례는 구체적이고, 논지는 선명하다. 학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했지만 읽기는 평이하다. 무엇보다도 노동을 숫자나 지표가 아닌 삶의 조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크다.
플랫폼 경제를 무조건 찬양하거나 반대로 막연히 혐오하는 독자 모두에게 이 책은 한 번쯤 멈춰 설 이유를 준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편리함’이 과연 누구의 불안 위에 세워졌는지 묻는 순간, 이 책은 경제서가 아니라 동시대의 노동 르포가 된다.
결국 래브넬이 벗겨낸 것은 공유경제의 허상만이 아니다. 노동을 더 유연하게 만들수록 사회가 더 공정해질 것이라는 믿음, 기술이 중개에 머물 뿐 책임과는 무관하다는 주장, 소비자의 만족이 곧 진보라는 통념도 함께 흔든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는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환상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들이민다. 공유를 말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나누지 않는 시대, 이 책은 그 모순을 가장 또렷하게 증언하는 한 권이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