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를 넘어선 플랫폼 경제, 공정의 기준을 묻다

[리뷰] 집카 공동 창업자 로빈 체이스 ‘공유경제의 시대’ 기사입력:2026-03-24 13:43:13
사진=공유경제의 시대(로빈 체이스/ 신밧드프레스)
사진=공유경제의 시대(로빈 체이스/ 신밧드프레스)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공유경제를 낙관의 언어로만 소비해온 독자라면, 로빈 체이스의 ‘공유경제의 시대’는 익숙한 구호를 걷어내고 그 구조와 비용까지 다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의 강점은 저자의 이력에서 먼저 나온다. 체이스는 차량공유 서비스 집카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공유경제를 바깥에서 해설하는 평론가가 아니라, 그 시스템을 안에서 설계하고 시장에 안착시킨 실무자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은 선언문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산업경제의 한계를 짚고, 왜 플랫폼이 급속히 팽창하는지, 개방성과 연결성이 어떻게 기존 기업 질서를 흔드는지 비교적 선명하게 설명한다.

책이 내세우는 핵심 명제는 단순하다. 닫힌 자산보다 열린 자산이 더 큰 가치를 만들고, 연결되지 않은 소수보다 연결된 다수가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존재하지만 쓰이지 않던 ‘잉여 역량’을 끌어내면 산업의 문법 자체가 바뀐다고 본다.

에어비앤비 사례를 통해 물리적 자산을 대량 보유하지 않고도 기존 대형 호텔 체인에 맞먹는 규모를 빠르게 확보한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은, 플랫폼 경제가 왜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플랫폼의 본질을 참여의 표준화와 비용 절감에서 찾는다. 참여 문턱을 낮추고, 표준화된 틀을 제공하며, 이용자 한 명이 늘어날 때마다 추가 비용은 크게 늘지 않는 구조가 폭발적 성장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이는 오늘날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을 이해하는 데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이 출간된 뒤 시간이 흘렀어도, 독자가 낡은 경영 담론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경제 논리를 읽는 듯한 인상을 받는 이유다.

다만 이 책의 진짜 미덕은 공유경제를 찬양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데 있다. 체이스는 플랫폼이 독점으로 기울기 쉬운 구조적 속성을 숨기지 않는다. 초기 진입자가 시장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지만 시장과 정부, 시민에게는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특히 중요하다. 공유경제가 효율과 혁신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공정과 분배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노동 문제를 다루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기업이 정규 고용 대신 ‘피어’를 선택할수록 기존 노동 보호 장치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은 지금 읽어도 예리하다.

공유경제가 낡은 소유 구조를 흔드는 동시에, 책임의 외주화와 위험의 개인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고다. 기술과 플랫폼이 중개만 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혁신의 외양 아래 불안정 노동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책은 기술 낙관론을 넘어 제도 설계의 필요성으로 시야를 넓힌다.

환경과 기후위기 문제를 공유경제의 장점과 연결하는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쓰지 않는 자산을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생산과 소비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이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여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플랫폼이 정말 자원 절감으로 이어지려면 이용 확대가 곧 소비 확대가 되는 역설을 어떻게 막을지, 데이터와 이익을 누가 통제하는지, 이용 규칙을 누가 정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독자는 책이 던진 희망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 제도와 감시가 빠져 있지 않은지 따져 읽게 된다.

문장은 비교적 명료하고, 사례는 직관적이다. 경영서와 사회 비평서의 중간쯤에 놓인 책답게 개념 설명과 문제 제기가 균형을 이룬다.

다만 공유경제 전환의 가능성을 힘 있게 제시하는 만큼, 플랫폼의 실패 사례나 지역·국가별 규제 충돌을 더 두텁게 다뤘다면 책의 입체감은 한층 커졌을 것이다. 잉여 역량의 활용이 누구에게나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며, 연결의 효율이 곧 권력의 분산을 뜻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공유경제의 시대’는 여전히 읽을 이유가 분명한 책이다. 플랫폼을 혁신의 상징으로만 보는 독자에게는 경계의 언어를, 플랫폼을 착취의 장치로만 보는 독자에게는 구조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내민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엇을 소유하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경제의 중심이 된 시대를 가장 선명하게 설명한다. 동시에 그 연결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끝까지 묻는다.

이 책의 가치는 미래를 예언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미래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면서도, 그 미래를 어떤 규칙 아래 운영할 것인지 사회에 숙제를 남겼다는 데 있다. 공유경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책임의 문제라는 사실. ‘공유경제의 시대’는 바로 그 불편한 진실까지 외면하지 않는 드문 책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