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6월 은행권 채용비리 중간수사 결과를 밝히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 회장은 2015년부터 2017년 KB국민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비리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윤 회장이 비서실을 통해 청탁지원자들 이름을 채용팀에 전달한 사실, 채용팀 관계자들이 일부 청탁지원자 또는 남성 지원자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킨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회장이 청탁지원자 명단을 채용팀에 전달할 때 단지 합격 여부를 알려달라는 취지였고, 성적 조작을 통해 합격시키라는 취지가 아니었으며 조작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단지 청탁지원자들 이름을 채용팀에 전달한 사실 만으로는 범행에 공모하거나 가담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은행 인사팀장 오모씨와 전 부행장 이모씨, 당시 인력지원부장이던 HR총괄 상무 권모씨, 전 HR본부장 김모씨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이들은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남성을 더 많이 뽑기 위해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를 받는다. 또 청탁대상자 20명을 포함한 총 28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오씨·이씨·권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기소된 국민은행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노조는 이 같은 상황에서 윤 회장만 불기소 처분된 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윤 회장은 합격 여부만 알려달라는 뜻으로 메모를 줬다고 주장했지만 채용 과정 모두를 보고 받는 위치에서 이는 실질적으로 위력 청탁 메모"라고 주장했다.이어 "검찰은 윤 회장 주장을 법적 판단도 하지 않은 채 불기소 이유로 썼다.
재판부는 공소되지 않아 판단하지 않았을 뿐 윤 회장이 기소됐다면 가장 중한 죄를 물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노조는 조합원 32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여기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이 채용비리 법원 선고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89%가 '그렇다'고 답했다. '윤종규 회장에 대한 기소 및 재수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86.3%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노조는 윤 회장이 채용비리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할 때까지 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경호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