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증권은 9일 보고서에서 유럽 전기차 시장이 독일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반등했지만 국내 이차전지 업종 주가는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월 유럽 전기차 시장은 독일이 4만1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보다 20% 증가했다. 영국은 56% 늘었고 프랑스도 5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럽 내 친환경차 규제 강화가 수요 회복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부진했다.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조기에 종료된 뒤 하락세가 이어지며 1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6만5000대에 그쳤다. 중국도 정책 지원 축소와 춘절 연휴 영향이 겹치며 신에너지차 소매 판매가 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의 캐나다 합작법인 넥스트스타에너지 지분을 전량 인수해 독자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올해 북미 ESS 매출을 3배 이상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삼성SDI와 SK온의 협력사인 솔리드파워는 한국에 연간 500톤 규모의 고체 전해질 생산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중엔시에스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ESS 냉각부품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다만 증권가는 국내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주가 수준이 실적 대비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셀 3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27년 예상 실적 기준 33.3배로 해외 업체 평균 15.3배를 두 배 이상 웃돈다. 특히 소재 업체 PER은 72.9배에 달해 고평가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미국 ESS 시장 확대의 직접 수혜는 소재업체보다 배터리 셀 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ESS용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보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LFP 계열 소재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양극재 업체 가운데 LFP 공급 가시성을 확보한 곳은 엘앤에프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다.
생산 세액공제 수혜 범위도 변수다. 대부분의 국내 소재업체는 미국 현지 생산을 전제로 한 세액공제 혜택 대상에 직접 포함되지 않아 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기차 수요 회복만으로는 소재업체 주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글로벌 규제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차량의 EU 내 조립과 배터리를 제외한 부품 70% 이상의 역내 조달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역내 생산을 강화하는 보호주의 기조가 한층 짙어지는 셈이다.
완성차 시장에서도 업체별 온도 차는 뚜렷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유럽에서 전년보다 56% 증가한 27만4278대를 판매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반면 테슬라는 27% 감소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결국 유럽 판매 회복만으로 국내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재평가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한 ESS 전환, 미국과 유럽의 정책 변화, LFP 중심의 시장 재편까지 겹치면서 국내 소재업체의 실적 개선 경로는 더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