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떠받친 2.0% 성장…한은, 관세·금융불안 경고

한은 경제전망보고서, 물가 2.2%·경상수지 1700억달러 흑자 전망
건설·비IT 부문 회복 미약···미국 관세정책·금융시장 변동성 하방 리스크
기사입력:2026-03-20 17:16:46
출처: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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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올해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미국 관세정책과 국제금융시장 불안, 건설·비IT 부문 부진이 경기 회복의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한은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0%로 제시했다. 미국 관세 영향과 건설투자 부진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 개선과 예상보다 양호한 세계경제 흐름, 정부의 소비·투자 지원책이 이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1.8%로 전망했다.

세부 지표를 보면 회복의 편차는 더욱 뚜렷하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가 1.8%, 건설투자가 1.0%, 설비투자가 2.4%, 재화수출이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면, 건설을 비롯한 내수 부문은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가 반등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산업 전반의 고른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가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 근원물가 상승률을 2.1%로 예상했다. 수요 측 물가 압력은 크지 않지만 전자기기와 보험료 등 일부 품목의 비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힘입어 17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취업자 수는 17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거시지표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지만, 내수와 고용의 회복 강도는 이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거시경제 전망 자체보다 리스크 평가에 있다. 한은은 성장의 상방 요인으로 반도체 경기 상승세의 추가 확대, 국내외 경기부양책 강화, 통상환경 불확실성 완화를 제시했다. 반면 하방 요인으로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확대, AI 과잉투자와 주요국 재정 우려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 비IT 부문 부진 심화를 꼽았다. 성장률 2.0%라는 수치보다 이를 떠받치는 전제가 훨씬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한은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고환율 지속은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글로벌 원유 공급과잉과 정부의 물가안정대책 강화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올해 물가 흐름은 내수보다 유가와 환율, 대외 충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물가 불안까지 이어질 경우 정책 대응 여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반도체를 둘러싼 대안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피지컬 AI 확산과 국가 주도 AI 투자 가속으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2%포인트, 내년 0.3%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AI 수익성 저하와 전력 부족 등 병목 현상으로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할 경우 성장률은 올해 0.2%포인트, 내년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의 향방이 사실상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 전망도 한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예측기관의 올해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중윗값은 각각 2.0%로 집계됐다. 시장 역시 한국 경제가 급격한 둔화보다는 완만한 반등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면서도, 반도체와 대외 변수에 따라 전망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진찬일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올해 국내 경제가 반도체 경기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겠지만, 미국 관세정책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비IT 부문 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며 “반도체 업황과 통상 여건, 물가 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