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발표한 한은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1%로 제시됐다.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3%, 유로지역이 1.2%, 중국이 4.6%, 일본이 0.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경제 전체로 보면 고금리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주요국의 정책 완화가 경기 하방을 떠받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관련 설비 확충은 미국 내수뿐 아니라 아시아 정보기술(IT)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생성형 AI 경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반도체와 서버, 고성능 메모리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수요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주요국의 금리 인하 기조와 일부 국가의 확장 재정도 세계경제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교역 여건은 성장 흐름보다 더 약하다. 한은은 지난해 글로벌 교역이 AI 관련 수요와 조기 선적 효과 등에 힘입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는 관세 효과가 점차 가시화하고 통상정책 불확실성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봤다. 세계교역 신장률은 2.5%로 제시됐다. 지난해 4.3%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 변수는 미국 통상정책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무효화 판결 이후 임시 글로벌 관세가 도입되면서 향후 무역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관세정책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품목별 추가 조치로 확산할지에 따라 글로벌 교역과 기업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세계 수요 자체보다도 통상 환경 변화가 더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국가별 흐름을 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가장 견조하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확장 재정, 금융여건 완화가 성장세를 받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 소비 증가세는 다소 완만해질 수 있지만, 기업 투자가 경기의 중심축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유로지역도 실질소득 개선과 통화정책 완화,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내수 중심의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중국은 부동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은 잠재성장률 수준의 완만한 확장 흐름이 전망됐다.
대외여건에서 가장 분명한 버팀목은 반도체다.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추세를 웃도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AI 활용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더 나아가 피지컬 AI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고성능 메모리와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어 당분간은 공급자 우위 환경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지정학 변수에 흔들릴 수 있지만, 연간 흐름으로는 초과공급 구도가 이어지며 완만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중동 긴장 고조가 단기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공급 우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는 물가 측면에서 상방 압력을 일부 누그러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에너지 가격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조사국 진찬일 과장은 “올해 대외여건은 AI 투자와 주요국 정책 완화가 세계 성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반면,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교역과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구조”라며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AI 관련 수요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황은 전체 교역 둔화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진 과장은 “결국 올해 대외여건은 AI 투자와 반도체 호조가 성장 흐름을 지지하는 반면,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경기 둔화가 교역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구도”라며 “한국 경제는 반도체 회복의 온기를 살리면서도 대외 통상 변수 확대에 대비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