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공정위에 따르면 제재 대상은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씨제이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 선진, 팜스토리, 해드림엘피씨 등 9개 업체다. 이 가운데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씨제이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 등 6곳은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사건은 이마트가 판매하는 돼지고기 가운데 ‘일반육’과 ‘브랜드육’ 두 거래 방식에서 모두 담합이 이뤄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일반육은 납품업체 표시 없이 ‘국내산 돈육’으로 판매되는 상품이고, 브랜드육은 업체 고유의 브랜드 라벨을 붙여 파는 상품이다. 브랜드육은 사육환경과 사료 관리 등을 차별화한 경우가 많아 일반육보다 통상 비싸게 팔린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일반육 담합에는 8개 업체가 가담했다. 이들은 2021년 11월 3일부터 2022년 2월 3일까지 진행된 총 14차례 입찰 가운데 8건에서 삼겹살, 목심 등 부위별 입찰가격이나 최저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뒤 그에 맞춰 투찰했다. 해당 계약금액은 모두 103억원 규모다. 공정위는 이들이 텔레그램 대화방과 카카오톡 1대1 대화 등을 활용해 가격 하한선을 정하고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브랜드육에서도 5개 업체가 2021년 7월 1일부터 2023년 10월 11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부위별 견적가격 또는 가격 인상·인하 폭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계약금액은 총 87억원이다. 이들 역시 텔레그램, 카카오톡,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가격을 맞춘 뒤 이마트에 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특히 일반육 담합의 배경으로 경쟁 심화와 가격 하락 우려를 지목했다. 2020년 이전 7개였던 일반육 입찰 참여사는 2021년 7월 9개사로 늘었고, 같은 해 11월 이마트 창립기념일 행사를 앞두고 납품단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업체들이 담합용 대화방을 만든 것으로 봤다.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는 “최저가 적정수준을 잡고 진행”이라는 표현과 함께 삼겹살 1만8천원, 목심 1만4500원, 앞다리 8200원 등 구체적인 가격이 제시돼 있다. 이는 단순 정보 교환이 아니라 가격 형성 자체를 공동으로 좌우하려 한 정황으로 읽힌다.
브랜드육 담합은 구조적으로 더 교묘했다. 이마트 한 매장에 1개에서 5개 업체 브랜드가 함께 입점하는데, 브랜드 간 판매가 차이가 크게 나면 비싼 상품은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한 업체만 공급가를 크게 낮추면 판매량은 늘 수 있어도 이윤이 줄 수 있다.
공정위는 이런 이해관계가 업체들 사이에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자”는 유인을 만들었고, 결국 경쟁해야 할 납품가를 서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런 담합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공급받는 가격에 일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를 정한다. 납품가격이 담합으로 높아지면 매장 판매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공정위도 이번 담합이 소비자에게 더 높은 가격 부담을 지우는 부당한 결과를 낳았다고 명시했다.
대형마트는 전체 돼지고기 소매 유통시장에서 14~17%를 차지하는 주요 채널이어서, 특정 유통사 납품단계의 가격 왜곡도 소비자 체감 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현황 자료를 보면 돼지고기는 도축과 가공을 거쳐 대형마트, 슈퍼마켓, 정육점, 온라인 등으로 흘러가는데, 대형마트 비중만 14.8%로 집계됐다.
공정위가 적용한 법 조항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의 가격담합과 제8호의 입찰담합이다. 시정명령 외 과징금은 업체별로 대성실업 3억1400만원,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2억8800만원, 부경양돈협동조합 2억9900만원, 씨제이피드앤케어 3억1500만원, 도드람푸드 6억8천만원, 보담 5300만원, 선진 4억3500만원, 팜스토리 3억4천만원, 해드림엘피씨 4억4100만원이 부과됐다. 총액은 31억6500만원이다.
이번 제재는 단순히 한 대형마트와 납품업체들의 거래질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돼지고기는 가계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표 단백질 식품이다. 외식과 가정 소비 모두에서 수요가 꾸준하다. 이런 품목에서 담합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가격 인상 원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경쟁을 통해 낮아졌어야 할 가격 혜택도 누리기 어렵다.
특히 일반육은 납품업체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 것인지, 담합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알기 더 어렵다. 이번 사건은 유통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가격 왜곡’이 얼마나 쉽게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두고 “국민의 주된 식재료 중 하나인 돼지고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육가공업체들의 납품가격 담합을 처음 적발·제재한 사례”라고 밝혔다. 또 먹거리 분야 담합을 엄정하게 제재해 향후 식료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등 식품 관련 담합 사건도 신속히 처리해 위법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담합 적발과 과징금 부과만으로 소비자 피해가 자동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오른 가격 부담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남을 수 있는 만큼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구조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생필품의 납품단가와 판매가 연동 구조를 상시 점검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먹거리 담합은 사후 제재만으로 반복을 막기 어렵다”며 “입찰 구조 개선과 가격 변동 모니터링, 이상 징후 조기 포착 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