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엔비디아, 낸드 동맹 본격화···차세대 AI 메모리 선점 속도

삼성, 2023년 조지아공대와 연구 협력 본격화···2025년 네이처 논문으로 초저전력 가능성 입증
양사·조지아공대, 분석 시간 60시간서 10초대로 줄인 PINO 공개···상용화 난제 해소 기대
기사입력:2026-03-13 14:41:11
사진=삼성전자의 V9 낸드(출처: 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의 V9 낸드(출처: 삼성전자)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차세대 낸드플래시 후보로 꼽히는 강유전체 낸드 연구에서 공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축적해온 강유전체 메모리 기술에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역량이 결합하면서, AI 시대 핵심 병목으로 떠오른 메모리 공급과 전력 문제를 함께 풀려는 기술 동맹이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와 엔비디아, 미국 조지아공대 공동 연구진은 최근 강유전체 기반 수직형 낸드(Fe-VNAND) 소자의 데이터 보존 특성을 고속 분석하는 물리 정보 기반 신경 연산자(PINO)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기존 반도체 시뮬레이션 도구인 TCAD 대비 1만배 넘는 속도 향상을 구현해, 수십 시간이 걸리던 분석 작업을 수초 단위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 논문은 지난 6일 아카이브(arXiv)에 공개됐다.

이번 협력은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물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조지아공대는 이미 2023년 말 강유전체 기반 차세대 낸드 구조 연구 협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AI 시대 저장장치의 전력 효율 문제를 풀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당시 조지아공대는 강유전체 구조를 활용해 낸드플래시 구동 전압을 낮추는 연구를 삼성과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후 연구의 무게중심을 더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연구진은 2025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강유전체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저전력 낸드플래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강유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FeFET)를 수직 구조에 적용해 기존 낸드 수준 이상의 저장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스트링 동작 전력은 최대 96% 줄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 적층 구조 고도화가 진행될수록 전력 부담이 커지는 기존 낸드의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강유전체 낸드는 외부 고전압을 오래 가하지 않아도 분극 상태를 유지하는 소재 특성을 활용한다. 현재 주력 낸드가 쓰는 실리콘 기반 구조보다 낮은 전압으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적층 수를 더 높이면서도 소비전력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차세대 낸드 축으로 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이미 세계 강유전체 소자 특허 경쟁에서도 선두권을 형성했다. 한국 특허청 분석 기준으로 2012∼2023년 주요 5개 특허청 출원에서 한국이 43.1%로 1위를 기록했고, 개별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27.8%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엔비디아의 참여는 더 눈길을 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가 아직 상용화 전 단계인 차세대 낸드 연구에 직접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AI 인프라 경쟁에서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GPU 성능만으로는 AI 가속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 패키징을 아우르는 전체 시스템 최적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선행 기술 확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도 이런 협력을 재촉하고 있다. IEA는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약 415TWh였고, 2030년에는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확산이 전력 수요 급증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된다. 낸드 시장도 공급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옴디아는 올해에도 낸드 공급이 빠듯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AI 서버용 저장장치 수요가 커질수록 저전력·고집적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넘어야 할 벽도 적지 않다. 강유전체 낸드는 문턱전압 변화, 데이터 보존력, 소자 균일성, 대량 양산 공정 안정성 등에서 검증할 과제가 많다. 이번 PINO 모델도 단일 FeFET 구성에서 보존 특성을 빠르게 예측하는 단계로, 곧바로 상용 제품 출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분석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인 도구가 확보되면 후보 구조 탐색과 설계 최적화 속도는 크게 빨라질 수 있다. 업계가 이번 연구를 단순 논문 이상의 신호로 보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강유전체 선행 연구 성과를 실제 낸드 로드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라며 “엔비디아와의 이번 협력은 고객사와 공급사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 속도를 함께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반도체 경쟁이 연산칩에서 메모리와 전력 효율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려 양사의 협력 성과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