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대표는 엑스큐브를 “질병을 찾아내는 진단의 혁신부터, 환자의 신체를 복원하는 맞춤형 재건까지 의료 현장의 핵심 워크플로를 3D AI 기술로 아우르는 지능형 솔루션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의료 AI 기업이 병변을 찾아주는 진단 보조에 머무는 데 비해, 엑스큐브는 ‘진단’과 ‘치료’라는 두 축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헥사로 예방·스크리닝 시장의 판을 바꾸는 동시에, 스컬프로와 싱글프로로 실제 수술실과 기공소의 제작 워크플로까지 자동화하고 있다”며 “의료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코어 엔진으로 잇는 것이 엑스큐브의 확장성”이라고 했다.
엑스큐브가 내세우는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임 대표는 ‘기술적 복잡성’과 ‘규제의 벽’을 동시에 꼽았다. 의료영상 3D 데이터 처리는 단순한 영상 AI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방대한 DICOM 데이터를 무손실로 다뤄야 하고, 뼈와 연조직, 장기를 정밀하게 분할한 뒤 3D 메쉬로 재건해 CAD 설계까지 이어가야 한다. 그는 “이 과정의 기하학적 연산과 최적화 노하우는 단기간에 자본을 투입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여기에 실제 병원에서 쓰이려면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인허가까지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과 규제가 결합한 해자가 엑스큐브의 진입장벽”이라고 했다.
엑스큐브가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흉부 CT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작업이다. 임 대표는 이를 영상의학 전문의의 ‘우연한 발견’을 표준화된 시스템으로 바꾸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흉부 CT는 폐결절이나 폐암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다. 하지만 그 영상 안에는 심장, 척추, 유방 등 주변 장기의 상태도 함께 담긴다. 숙련된 의료진은 판독 과정에서 관상동맥 석회화나 척추 골밀도 저하 같은 이상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발견이 의료진 개인의 역량과 당시 업무 부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임 대표는 “헥사는 의료진이 못 보던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라며 “이미 CT 안에 존재하지만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놓치기 쉬웠던 정보를 AI가 백그라운드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수치화하는 소프트웨어”라고 했다. 병원과 검진기관이 헥사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추가 방사선 피폭이나 별도 장비 도입 없이, 기존 흉부 CT 한 장만으로 폐 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 근골격계 질환 위험도까지 종합적으로 리포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의료진의 업무를 늘리지 않으면서 ‘우연한 발견’을 ‘누락 없는 스크리닝 서비스’로 끌어올리는 것이 헥사의 사업적·임상적 가치”라고 했다.
치과용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한 회사가 다장기 분석 AI까지 외연을 넓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방향 전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방향을 튼 것이 아니라 핵심 역량을 확장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싱글프로를 개발하며 축적한 것은 단순한 치과 솔루션이 아니라, 미세한 해부학적 구조를 3D 공간에서 이해하고 제어하는 공간 기하학 및 AI 재건 기술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기반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단일 심장 병변을 탐지하던 CAC-CUBE를 거쳐 지금의 다장기 흉부 CT 분석 AI인 헥사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국책 과제와 컨소시엄을 통해 3D 프린팅 기반 임플란트와 수술 가이드 설계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 AI 기업은 기술은 많지만 돈 버는 회사는 드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임 대표는 분명한 답을 내놨다. 엑스큐브는 기술기업이 아니라 “강력한 기술력을 내재화한 본격적인 B2B 사업회사”라는 것이다. 그는 “연구실 안에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기술은 목표가 아니다”라며 “의료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고, 그 안에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예로 든 것이 현재 기획 중인 ‘오쏘싱크 AI(Ortho-Sync AI)’다. 의료진과 맞춤형 임플란트 제조사 사이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과 워크플로를 하나로 통합하는 B2B 플랫폼이다. 헥사의 다장기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검진기관과 연계한 프리미엄 스크리닝 리포트 서비스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군이 넓어 보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점이 엑스큐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겉으로는 헥사, 싱글프로, 스컬프로, 수술 가이드 설계 등으로 흩어져 보이지만, 내부에는 ‘3D 의료 데이터 처리 및 AI 기반 맞춤형 자동화 생성’이라는 하나의 코어 엔진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치아의 미세한 굴곡을 디자인하던 3D 생성 AI 엔진이 두개골의 복잡한 결손 부위 복원에 쓰이고, CT 영상에서 뼈와 장기를 정밀하게 분할하던 기술이 수술용 임플란트 가이드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그대로 적용된다”며 “파편화된 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앙의 3D AI 코어 엔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임상 현장에 플러그인 솔루션을 꽂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숫자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임 대표는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제로에 수렴하는 추가 시간’과 그로 인해 생기는 ‘단일 영상당 임상적 수익률’”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아무리 정확도가 높은 AI라도 의사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이 더 들거나 기존 워크플로를 방해하면 외면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헥사는 의료진이 원래 보던 흉부 CT 이면에서 백그라운드로 작동한다”며 “의사의 판독 시간을 1초도 늘리지 않으면서, 과거에는 우연한 발견에 의존하던 관상동맥 석회화나 척추 골밀도 저하 같은 지표를 확정적인 스크리닝 데이터로 바꿔준다”고 했다. 스컬프로와 싱글프로 역시 전문의와 기공사의 수작업 시간을 수 시간에서 몇 분으로 줄인다고 강조했다.
향후 2~3년에 대해서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임 대표는 “앞으로의 2~3년은 엑스큐브가 축적해 온 기술적 포텐셜이 글로벌 인허가와 상용화라는 트리거를 만나 본격적으로 팽창하는 시기”라고 했다. 우선 목표는 CES 2026에서 헥사를 비롯한 통합 솔루션의 글로벌 론칭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헥사와 스컬프로 등 핵심 제품군의 국내 식약처와 미국 FDA 인허가를 완료해 규제적 해자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오쏘싱크 AI 같은 통합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해, 엑스큐브가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허브로 작동하고 있음을 숫자로 입증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투자자와 의료기관이 엑스큐브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임 대표는 “사업의 본질은 비용을 줄이거나, 돈을 더 벌게 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의료기관은 헥사를 통해 기존 CT 인프라만으로 새로운 건강검진 수익을 만들 수 있고, 치과와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맞춤형 설계 자동화로 고숙련 인력 의존에 따른 기회비용과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며 “엑스큐브는 단일 질환 진단이라는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회사가 아니라, 진단부터 맞춤형 의료기기 제작, 병원과 제조사를 잇는 플랫폼까지 가치사슬 전체를 확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임 대표가 본 의료 AI 업계의 가장 큰 벽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료진의 기존 워크플로와 전문성을 겉도는 기술이 많다는 점, 다른 하나는 진단 이후의 물리적 대안, 즉 치료와 재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엑스큐브는 의사를 대체하겠다고 접근하지 않는다”며 “헥사는 의료진이 이미 충분히 볼 수 있지만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놓치기 쉬웠던 우연적 발견을 빈틈없는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조력자”라고 했다. 이어 “AI가 아무리 높은 정확도로 병변을 찾아내도 실제 환자의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면 결국 ‘신기한 뷰어’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엑스큐브는 진단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환자의 신체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3D 데이터를 직접 생성해내는 기업”이라고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임 대표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엑스큐브는 자신을 단순한 의료영상 판독 보조 회사로 규정하지 않았다. 진단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치료와 재건의 물리적 단계까지 연결하는 3D AI 기반 의료 솔루션 기업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의료 AI 산업이 여전히 정확도 경쟁과 개별 기능 중심의 분절된 시장에 머물러 있다면, 엑스큐브는 그 사이를 잇는 밸류체인형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의 시간과 효율, 나아가 실제 수익 구조까지 바꾸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제 시장이 답할 차례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