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6.2조 추경 의결···李 대통령 “국회 협조 안 되면 긴급재정명령도 검토”

소득 하위 70% 3580만명에 10만∼60만원 지급 추진···유류비·교통비·에너지바우처 지원 포함
이 대통령 “국민 부담 줄이기 위해 가능한 수단 총동원…신속 처리 가장 바람직”
정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편성 강조···4월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 목표
기사입력:2026-03-31 17:06:31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제2차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열었다(출처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제2차 비상경제점검 회의를 열었다(출처 청와대)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정부가 31일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중동발 위기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민생 안정과 에너지 가격 부담 완화, 지방재정 보강을 이번 추경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추경안의 신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하면서 정치 상황으로 국회 협조를 얻기 어려워 국민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면 헌법상 긴급재정명령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안은 총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세입경정 없이 초과세수와 기금 재원을 활용해 예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와 증시 호조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2천억원, 기금 자체재원 1조원 등을 재원으로 투입했다.

정부는 이런 재원 구조를 근거로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에는 큰 변동이 없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본예산 3.9%에서 추경안 기준 3.8%로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추경안의 가장 큰 축은 민생 지원이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담았다. 지급 방식은 지역화폐 형태로 추진한다. 지급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정부는 고유가와 고물가가 겹친 상황에서 취약계층과 중산층의 체감 부담을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 제공
기획예산처 제공
에너지 가격 급등 대응 예산도 포함됐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필요한 재정을 반영했다. 유류비와 교통비를 낮추기 위한 보조 지원도 추경안에 담겼다. 에너지바우처 지원은 확대한다. 농어업 분야에는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급해 생산비 상승 부담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이 서민 생계비와 산업 현장 비용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방재정 보강도 이번 추경의 주요 항목이다. 정부는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약 9조7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만으로는 지역 현장의 에너지·물가 대응과 교육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현장 상황에 맞춰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재정 여력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의 경기 보강 효과도 제시했다. 정부는 추경 집행이 이뤄질 경우 성장률이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추경의 성격이 경기 부양보다는 위기 대응과 민생 안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이 실물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외 여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 악화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국민 부담을 줄이고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경안이 신속히 처리되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조속한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 내부에서는 처리 목표 시점으로 4월 10일 본회의를 제시한 상태다. 정부는 추경의 취지를 살리려면 편성보다 집행 시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유가와 물가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국회 심의가 길어질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동시에 국회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언급했다. 그는 “정치 상황 때문에 국회 협조를 얻기 어렵고, 그로 인해 국민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긴급재정명령은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 권한이다.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발동할 수 있다. 대통령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추경안의 국회 처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다만 에너지 수급 불안과 유가 급등, 경제 충격이 더 커질 경우에는 보다 긴급한 수단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이번 발언의 초점을 비상 대응 의지에 두고 있다. 정부는 국제 정세 변화가 국내 경제에 빠르게 파급되고 있고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이 교통비·난방비·생산비를 동시에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정책 대응이 늦어지면 취약계층 부담이 먼저 커지고 이후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추경을 통해 현금성 지원과 가격 안정 조치를 함께 내놓은 것도 이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추경 집행 준비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통과 직후 바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원금 지급 체계, 지역화폐 발행과 배분 방식, 에너지바우처 확대 절차, 유류비·교통비 보조 집행 방식 등을 미리 정비해 정책 공백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분도 현장 배분 일정과 집행 계획을 서둘러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은 정부가 올해 들어 제시한 가장 큰 규모의 단기 재정 대응책이다. 정부는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지 않고도 필요한 재정을 마련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 처리 지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긴급재정명령 검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 신속한 심사와 의결을 요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회 통과 직후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도 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과 중동 정세, 국제유가 흐름 등을 보며 대응 수위를 조정할 계획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