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공동성명에는 경제·통상 협력을 양국 관계의 전략적 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상징적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양국은 2030년까지 연간 교역 200억달러 달성을 추진하고, 핵심광물 공급망, 원자력, 해상풍력,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기술, 우주 등 미래 산업 전반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분명하다. 한국과 프랑스가 문화와 외교 중심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넘어, 통상 질서 재편과 공급망 불안, 에너지 전환에 함께 대응하는 경제 파트너로 관계를 다시 짰다는 점이다. 공동성명은 양국이 최근의 상호 투자를 환영하고,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EU 자유무역협정의 완전한 이행 필요성도 재확인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세계 경제 속에서 제도와 규범을 바탕으로 협력의 틀을 다시 조인 셈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공급망이다. 양국은 핵심 광물 및 금속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협력의향서 체결을 반겼다. 가치사슬 전반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광물 자원과 부가가치 창출을 둘러싼 제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원자재 확보 차원을 넘는다. 배터리, 반도체, 미래차, 방산까지 전략산업 전반의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다. 미중 전략 경쟁과 유럽의 경제안보 강화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선언적 협력을 넘어 실물 경제의 이해관계를 맞춘 조치에 가깝다.
에너지 협력도 이번 정상회담의 한 축을 이뤘다. 양국은 원자력과 저장 수단을 갖춘 재생에너지, 청정수소를 활용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하기로 했다. 특히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는 안전, 방사선 보호, 사용후연료 관리, 원자로 출력 조절, 전력망 적응, 계속 운전, 폐기물 처리 등 원전 전 주기를 포괄하는 협력 의지를 공동성명에 담았다. 제4세대 원자력 기술과 핵융합 분야 협력까지 포함됐다. 해상풍력과 송배전 분야 협력 확대 방침도 더해졌다. 한-프 에너지 협력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묶는 입체적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첨단산업 협력은 미래 먹거리 경쟁과 맞닿아 있다. 공동성명은 AI, 양자, 반도체를 공동 개발 잠재력이 높은 혁신 분야로 규정했다. 프랑스의 연구 역량과 한국의 산업화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지 생태계 정보 공유, 기업 간 파트너십 확대, 공동 연구와 인력 양성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협력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생태계 연결까지 겨냥했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린다. 우주 분야 협력까지 더해지면,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협력을 넘어 기술동맹의 출발점으로도 읽힌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상회담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MEDEF 대표단과 만나 투자·산업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프랑스 주요 기업들은 한국의 투자 지원 정책, 에너지 산업 방향, 에너지 안보 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냈다. 정부 간 합의와 기업 간 수요가 맞물리고 있다는 뜻이다. 외교 이벤트를 넘어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여지가 커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청사진만으로 성과가 보장되진 않는다. 2030년 교역 200억달러 목표는 상징성이 크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무엇으로 채우느냐다. 원전, 해상풍력, 핵심광물, 첨단기술 협력은 모두 규제와 기술 보호, 투자 인허가, 현지 산업정책, 재정 지원 같은 현실의 벽과 맞닥뜨린다. 공동성명과 양해각서는 출발선일 뿐이다. 실제 투자와 공동 연구, 공급망 프로젝트, 제도 정비로 이어지지 못하면 이번 성과도 금세 빛이 바랠 수 있다.
청와대도 이번 회담의 의미를 경제협력의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프랑스와의 전방위 협력을 전략적 수준으로 한 단계 격상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