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는 8일 생산 현장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직접 고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회사는 이번 조치를 산업현장의 구조적 원·하청 문제를 바로잡고 ‘위험의 외주화’를 끊기 위한 안전체계 혁신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의 무게는 숫자보다 방향에 있다. 제철소는 대규모 설비가 24시간 가동되고 공정별 업무 편차도 크다. 그동안 직영과 협력사가 한 현장에서 맞물려 일하는 방식이 굳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안전관리와 작업 지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직고용은 그 경계를 더는 외부에 두지 않고 원청 내부로 가져오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포스코가 가장 앞세운 명분은 안전이다. 협력사 소속 직원이 원청 생산공정을 밀착 지원하는 구조에서는 작업 지휘와 교육, 통제와 책임이 여러 층으로 나뉘기 쉽다. 직고용은 이처럼 분산된 안전 책임을 원청 체계 안으로 다시 묶는 조치다. 안전을 비용이나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기본 질서로 다시 세우겠다는 뜻도 담겼다.
다만 고용 형태를 바꾸는 일만으로 안전체계가 곧바로 혁신된다고 보긴 어렵다. 직접 고용된 인력이 어떤 직무 체계에 편입되는지, 현장 지휘 라인이 어떻게 정비되는지, 기존 직영 인력과의 역할 구분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포스코는 직무역량 향상 교육과 조직문화 안착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평가는 교육 계획이 아니라 현장의 실제 작동 방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11년부터 이어진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을 일단락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15년 가까이 이어진 이 소송은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회사에는 법적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이, 노동자들에게는 고용 불안과 갈등의 시간이 쌓였다. 포스코는 이번 직고용 방침을 통해 장기 분쟁을 정리하고 상생의 노사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현장 운영의 전제를 다시 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소송이 정리된다고 갈등까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직접 고용 대상의 범위, 채용 절차의 기준, 전환 이후 처우와 직급 체계가 불분명하면 새로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입사를 희망하는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은 자율성을 강조한 표현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편입되는지가 더 민감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비용 문제 역시 단순한 인건비 증가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협력사에 지급하던 외주비 일부가 직접 인건비와 교육비, 복리후생비, 조직 운영비로 옮겨가는 구조 변화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회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안전사고 예방, 장기 소송 종결, 노무 갈등 완화, 평판 리스크 축소까지 감안하면 비용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밖으로 나가던 비용을 안으로 들이고, 흩어져 있던 책임을 내부화하는 셈이다.
포스코는 이번 결정을 그룹 차원의 하도급 구조 개선 방침을 구체화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밝힌 ‘다단계 하청구조를 포함한 하도급 문제의 근본적 개선’ 방침을 실제 조치로 옮겼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이번 직고용이 상징 조치에 그쳐선 안 된다. 조업지원 인력 일부를 흡수하는 수준에서 멈출지, 원·하청 구조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다.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젊은 인재의 지역 정착과 소상공인 경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제조업 사업장의 직접 고용 확대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 작지 않다. 다만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안정적인 처우와 장기 근속이 가능해야 지역 정착 효과도 현실이 된다.
철강업황이 녹록지 않은 시점에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발표는 의미가 있다. 산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비용 절감과 외주 유연화에 기대기 쉽다. 그런 국면에서 포스코가 대규모 직고용을 꺼내 든 것은 적잖은 부담을 감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조치의 성패는 안전체계 혁신, 소송 정리, 조직 통합, 지역 일자리 확대라는 목표를 얼마나 함께 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포스코의 이번 직고용 로드맵은 원·하청 구조의 오래된 균열을 정면으로 건드린 조치다.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남은 것은 이행이다. 사람의 소속을 바꾸는 데 그칠지, 현장의 질서와 책임의 방식까지 바꿔낼지는 제철소 현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