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바꾼 시장의 문법, 독점 이후 플랫폼의 길은

[리뷰] 조산구 ‘공유경제 2.0’ 기사입력:2026-04-10 14:20:07
사진=공유경제 2.0(조산구/ 21세기북스)
사진=공유경제 2.0(조산구/ 21세기북스)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코로나19가 휩쓴 뒤 세계는 공유를 멈춘 듯했지만, ‘공유경제 2.0’은 오히려 그 시기가 공유경제의 방향을 바꾼 분기점이었다고 말한다. 조산구는 이 책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상징된 공유경제 1.0의 팽창과 한계를 짚은 뒤, 시민 중심의 협력 모델로 진화하는 공유경제 2.0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팬데믹 이후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냉정해진 지금,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의 강점은 이론보다 현장에 있다. 저자는 10년간 공유경제 분야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공간, 설비, 재능 등 주요 영역을 훑는다. 공유경제가 단순히 남는 자원을 빌려 쓰는 거래를 넘어,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지 묻는다.

추상적 구호 대신 실제 사업과 제도, 시장의 작동 방식을 놓고 설명하는 대목이 많아 읽는 부담이 덜하다. 공유경제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입문서 구실을 하고, 이미 플랫폼 산업의 명암을 체감한 독자에게는 재점검의 계기를 준다.

저자가 겨누는 핵심은 분명하다. 시장 독점을 향해 몸집을 키운 플랫폼 경제는 공유의 이름을 빌렸지만, 정작 이익은 소수 기업에 집중됐다는 비판이다. 참여자 모두가 혜택을 나누는 구조가 아니라면 그것은 온전한 의미의 공유경제가 아니라는 문제 제기다.

이 대목에서 책은 단순한 산업 전망서를 넘어선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피로, 불평등의 심화, 공공성과 공동체의 약화를 함께 건드리기 때문이다. ‘공유’라는 말이 낭만적 수사로 소비된 시대를 지나, 이제는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비용을 떠안는지 따져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조합형 공유 플랫폼에 대한 제안이다. 저자는 참여자가 주인이 되는 구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존 기업형 플랫폼과 경쟁하면서도 구성원 가치 측면에서 더 나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반 협력 모델까지 염두에 둔 이 구상은 분명 대담하다.

다만 책이 제시한 비전이 현실에서 얼마나 강한 제도적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규제, 이해관계 충돌, 소비자 편익, 수익성 문제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대안을 제시한 데 있지만, 동시에 그 대안이 작동할 조건까지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더라면 설득력은 더 커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유경제 2.0’은 시의적절하다. 플랫폼 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 자리에서, 무조건적 찬양도 냉소적 부정도 아닌 제3의 길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배달, 중고거래, 공유숙박, 재능 거래처럼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온 서비스들을 생각하면, 공유경제는 더는 변방의 실험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누구를 위한 혁신인지, 어떤 비용 위에 세워진 효율인지, 그 이익은 어떻게 나뉘는지 묻지 않으면 공유경제는 또 다른 독점의 이름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결국 ‘공유경제 2.0’은 기술과 시장의 미래를 말하면서도, 끝내 사람의 문제로 돌아오는 책이다. 팬데믹이 앞당긴 변화의 한복판에서 저자는 소유 중심 시스템의 균열을 읽고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전망에는 다소 낙관이 섞여 있지만, 그 낙관은 현실을 외면한 공상이 아니라 오랜 경험에서 길어 올린 문제의식 위에 서 있다.

플랫폼이 삶의 기반이 된 시대,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공유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