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13일 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관계 격상을 공식화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정치, 경제, 문화, 인적교류는 물론 에너지, 인프라, 과학기술, 우주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산 중심의 협력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국 협력의 기반은 방산이다. 2022년 체결된 442억달러 규모 방산 총괄계약은 한국-폴란드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대규모 계약은 한국 방산의 유럽 진출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기존 계약의 안정적 이행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폴란드 측은 한국 기업의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방산을 넘어선 협력 확대다. 양국은 에너지와 공급망, 인프라, 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진출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협력 범위는 한층 넓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폴란드의 신공항 연결 사업과 바르샤바 트램 교체 사업 등 주요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양국은 수소, 소재, 우주 분야 공동연구와 첨단산업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방산을 계기로 형성된 신뢰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배경에는 국제 정세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불안이 장기화하고 있다. 중동 정세 악화는 에너지 가격과 해상 물류, 공급망 불안을 다시 키우고 있다.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안보와 경제를 함께 다룬 것도 이런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교역 확대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협력할 수 있는 경제안보 체계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후속 협의도 이어지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와 안제이 도만스키 폴란드 재무장관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나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공급망 영향과 대응 경험을 공유했다. 양측은 방산 협력 지속, 디지털·인공지능 협력 확대, 하반기 제2차 한국-폴란드 경제대화 개최 방침도 확인했다. 정상회담의 성과를 실무 협력으로 연결하겠다는 뜻이다.
인적·문화 교류 확대도 논의됐다. 양국은 직항편 개설 문제를 협의했고, 언어, 음악, 출판 등 문화 협력도 넓히기로 했다. 산업과 안보 협력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람의 이동과 교류 기반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한국에 전략적 의미가 큰 국가다. 유럽 안보 지형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 방산의 경쟁력을 입증한 시장이다. 동시에 배터리와 제조업, 물류와 인프라가 결합한 유럽 내 생산거점이기도 하다. 한국으로서는 폴란드를 통해 유럽의 안보 수요와 산업 수요에 함께 대응할 수 있다. 폴란드 역시 한국을 안정적 공급과 기술 협력이 가능한 실질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
다만 관계 격상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방산 후속 계약의 차질 없는 이행이 필요하다.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의 균형도 세심하게 조율해야 한다. 인프라 협력은 실제 수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에너지와 공급망 협력 역시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과 폴란드가 방산 협력을 넘어 산업, 기술, 공급망, 인프라를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자리였다. 양국 관계가 거래 중심을 넘어 전략 협력 관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작지 않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