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단체 휴게소 운영에 칼 댄 국토부···도로공사 특혜 의혹 수사의뢰

도성회, 비영리법인 지위로 자회사 배당 받아 회원 경조금 지급
국토부 “휴게소 운영권 특혜·입찰정보 유출 의심 정황 확인”
도로공사 “비상경영팀 가동해 운영구조 전반 개편”
기사입력:2026-05-08 14:57:01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국토교통부가 한국도로공사 퇴직자단체인 도성회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구조를 비영리법인 제도 취지에 어긋난 전관단체 수익사업으로 판단하고 정관 개정 명령, 세무조사 의뢰, 수사의뢰 등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다.

국토교통부는 도성회와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 적정성 등을 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감사는 도로공사 퇴직자단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고속도로 휴게소를 장기간 사실상 운영해 왔다는 국회와 언론 지적에 따라 지난 1월부터 진행됐다. 감사 대상은 도성회의 비영리법인 운영 실태, 도성회 자회사와 도로공사 간 휴게시설 입찰·계약 과정, 휴게소 운영권 부여 과정의 특혜 여부 등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성회는 1984년 2월 설립된 도로공사 퇴직자단체다. 2024년 말 기준 도로공사 퇴직자 28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도성회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됐지만, 국토부 감사 결과 정관상 목적사업인 고속도로 건설기술 발전 기여 등 공익적 활동은 하지 않고 회원 친목과 복지 활동에 주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도성회가 도로공사 퇴직자 회비는 예금으로 적립한 채 쓰지 않고, 자회사 H&DE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시설 운영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도성회는 H&DE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H&DE는 또 다른 자회사 더웨이유통을 100% 출자한 구조다.

국토부는 도성회가 자회사 수익금 상당 부분을 매년 배당받아 생일축하금, 창립기념품, 고희·희수 축하금, 축조의금 등 명목으로 회원들에게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10년간 도성회가 받은 자회사 배당금은 연평균 8억8700만원이고, 이 가운데 연평균 3억9287만원이 경조금 등으로 지급됐다.

도성회의 회비 수입은 연평균 5024만원이었다. 도성회가 회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회사 배당금을 회원 복지 명목으로 쓴 셈이다. 국토부는 퇴직자가 낸 회비보다 자회사 배당금으로 받는 혜택이 더 큰 구조라고 지적했다. 2016년 정년퇴직한 1956년생 남성이 평균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가입비와 평생회비로 55만원을 내고도 생일축하금, 창립기념품, 고희·희수 축하금 등으로 최소 244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납입 회비의 4배가 넘는 금액이 경조금 명목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국토부는 도성회가 비영리법인 지위를 유지한 채 자회사 수익을 회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운영방식이 비영리법인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비영리법인의 수익은 목적사업에 써야 하지만, 도성회는 휴게소 운영 수익을 회원 경조금 등으로 배분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세금 문제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토부는 도성회가 회원에게 분배한 수익금을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해 신고해야 하는데도, 이를 비영리법인의 고유목적사업에 쓴 것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도성회가 매년 4억원가량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누락한 정황이 있다며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도성회가 자회사를 사실상 지배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H&DE 대표이사 등 임원 4명은 모두 도성회 회원으로 구성됐다. 도성회 사무총장은 H&DE 비상임이사와 고문 등을 겸직하며 연 4천만원 상당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도성회가 단독 주주 지위를 바탕으로 H&DE 수익금을 배당받고, 휴게시설 운영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의 휴게소 운영권 관리도 감사 대상에 올랐다. 국토부는 도로공사가 지난해 5월 창원 방향 선산휴게소 등 노후 휴게시설 4곳을 대상으로 혼합민자방식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성회 기업집단에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선산(창원양평) 휴게소 혼합민자 시범사업 건설공사 현황(국토교통부)
사진=선산(창원양평) 휴게소 혼합민자 시범사업 건설공사 현황(국토교통부)
혼합민자방식은 민간 사업자가 공사비 등을 투자해 휴게시설을 리모델링하는 대신 장기간 운영권을 갖는 방식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최소 45억원을 투자하고 15년간 운영하는 구조였다. 사업 대상은 선산 창원 방향, 선산 양평 방향, 횡성 인천 방향, 서산 목포 방향 휴게시설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휴게시설 임대 운영권 입찰 때 동일 기업집단을 하나로 보고 계열사 중 1개사만 입찰하도록 해 왔다. 그러나 휴게소와 주유소 운영사를 일원화하는 과정에서는 도성회 기업집단 내 계열사를 별개 기업으로 인정했다. 그 결과 도성회 기업집단이 다른 주유소 운영권을 수의로 추가 확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 과정에서 도로공사가 공기업 계약사무 관련 규정상 필요한 승인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진행 상황, 입찰 일정, 가격 정보 등이 도성회 측에 사전 유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관리도 부실했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도로공사는 H&DE 등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면서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 등 투자금액을 확정하지 않은 채 리모델링 공사를 착공·시공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건설사업비와 운영수입·비용 등에 대한 예측과 검증 등 타당성 평가가 필요했지만, 도로공사가 공사비 검토나 공사진행 상황 관리 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공개한 혼합민자 시범사업 선정 현황에 따르면 선산창원 방향 휴게시설 사업시행자는 H&DE였고 투자 제안금액은 72억원이었다. 선산양평 방향은 대보DNS 65억원, 횡성인천 방향은 대주산업 59억원, 서산목포 방향은 대교 56억원이었다.

과거 직영 휴게시설 입점매장 운영 과정에서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부는 도로공사가 2015년 10월 서창 방향 문막휴게소 운영방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H&DE에 휴게소 내 편의점 등을 입찰 없이 임시 운영하게 했다고 밝혔다. H&DE는 2015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6년6개월 동안 장기간 임시 운영을 맡았다.

국토부는 도성회에 자회사를 통한 휴게시설 운영사업 참여와 수익 배분을 막기 위한 정관 개정 등 시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도성회가 비영리법인 제도 본질에 반하는 행위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에 대해서는 혼합민자 시범사업을 관련 승인 절차와 투자금액 확정 등 조치 이후 추진하도록 시정을 요구한다. 임의시공을 방치하는 등 사업관리를 부실하게 한 관련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도로공사와 도성회 자회사 간 휴게소 운영권 부여 과정에서 확인된 수의 특혜계약 의혹과 입찰정보 유출 의혹은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감사 결과는 도로공사와 그 퇴직자, 휴게소 운영사 간에 수십년간 고착화된 카르텔을 일소하고 고속도로 휴게소를 국민들께 돌려드리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휴게시설 운영구조 개혁 작업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번 감사와 별도로 휴게소 내 불공정행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제기된 납품대금 미지급 등 휴게소 입점업체 대상 불공정행위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도로공사의 휴게소 운영사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도 진행 중이다.

도로공사는 국토부 감사 결과 발표 당일 휴게소 운영 전반을 손보기 위한 비상경영팀을 발족했다. 비상경영팀은 사장 직무대행 직속 독립조직으로 운영되며, 휴게소 운영 제도와 계약·평가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도로공사 비상경영팀(TF) 김유진 부장은 “휴게소 운영 제도를 객관적으로 점검해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퇴직자단체의 입찰 참여 배제 등 입찰 시 불이익 부여 기준을 만들고, 휴게소 운영서비스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과 입점 소상공인 간 직계약 체계 도입을 중심으로 임대료율, 입찰제도, 서비스 수준, 운영서비스 평가, 관리구조 등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 개편을 추진하겠다”며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 더욱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