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국내 증시 호황에도 주가 상승이 가계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는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7일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을 분석한 결과, 국내 가계는 주식자산이 1만원 늘어날 때 약 130원을 소비에 쓰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자본이득의 1.3%만 소비 재원으로 활용됐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주식 자산효과 3∼4%보다 크게 낮다. 일본의 2.2%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식 자산효과는 주가 상승으로 가계 보유 자산 가치가 늘 때 소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뜻한다. 통상 자산 가격이 오르면 가계는 부가 늘었다고 느껴 소비를 확대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연결고리가 약했다.
곽법준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주가 상승이 곧바로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주요 선진국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계의 주식 보유 규모가 아직 크지 않고, 주식자산이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돼 자본이득이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는 힘이 약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원인은 가계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국내 가계는 전체 자산의 7%만 주식으로 보유했다. 부동산 비중은 주식의 약 9배에 달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도 한국은 77%에 그쳤다. 미국은 256%, 유럽 주요국은 184%였다. 주식 가격이 올라도 대다수 가계가 체감하는 자산 증가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식 보유가 고소득·고자산층에 집중된 점도 소비 파급력을 낮췄다. 분석에 따르면 전체 주식자산의 73.2%는 순자산 5분위 가구가 보유했다. 반면 자산 하위 1∼2분위의 보유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자산이 많은 계층은 추가 소득이 생겨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청년층, 고령층, 중저소득층은 자본이득이 생기면 소비 반응이 크지만 이들이 보유한 주식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국내 주식시장의 낮은 수익성과 높은 변동성도 자산효과를 제약했다. 2011∼2024년 한국 주식시장의 월평균 기대수익률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예상치 못한 변동성은 미국보다 10% 높았다.
가계가 주가 상승을 지속 가능한 소득 증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를 늘리기보다 차익을 실현하거나 현금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주가 상승이 이어지는 기간도 짧았다.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국면 지속 확률은 56%, 기대 지속 기간은 2.3개월로 추정됐다. 미국은 각각 67%, 3.1개월이었다.
주가 하락 때의 충격은 더 컸다. 주가 상승기의 소비 증가 효과보다 하락기의 소비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연결성이 커질수록 증시 급락이 내수에 미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자 저변이 넓어지고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의 시장 참여도 늘고 있다. 이들 계층은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는 만큼 앞으로 주가 변동이 소비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가가 급격히 조정될 경우 부정적 영향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신용융자 등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자산 손실과 채무 부담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주식시장이 가계 전반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기능하려면 안정적 투자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주식 자본이득이 다시 부동산으로 쏠리는 흐름을 줄이고, 장기 주식 보유 유인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다.
증시 호황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주가 상승 자체보다 가계의 자산 구조 변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의 과제는 주식시장 상승분을 일부 자산가의 평가이익에 머물게 하지 않고 폭넓은 가계의 소비 여력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주식 자산효과 진단] 주가 1만원 올라야 소비는 130원···증시 호황, 내수로 안 번지는 한국 ①
한국은행 “국내 주식 자산효과 1.3% 그쳐···미국·유럽의 절반 이하”주식 보유 고소득층 집중·낮은 수익률·높은 변동성이 소비 제약 기사입력:2026-05-15 1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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