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시대] 자산 토큰화 시장 503억달러로 급성장···글로벌 금융 새 동력 부상 ①

2025년 성장률 169%···대출·국채·MMF 토큰화가 시장 확대 견인
미국 전체 65% 차지···유럽 제도 실험, 홍콩·싱가포르 인프라 구축 속도
기사입력:2026-05-26 15:05:50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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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자산에 대한 권리를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에 기록해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거래하는 자산 토큰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3월 말 기준 50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통 금융시장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작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연간 성장률은 2023년 65%, 2024년 93%, 2025년 169%로 확대됐다.

자산 토큰화는 부동산, 금 등 실물자산과 주식, 채권, 대출채권, 머니마켓펀드(MMF) 등 금융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청구권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안에서 자체 생성되는 가상자산과 달리, 기존 실물·금융 자산의 권리관계를 디지털 인프라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시장 확대를 이끄는 자산은 신용자산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회사채 등을 기초로 한 토큰화 상품은 3월 말 256억5000만달러 규모로 전체 시장의 51%를 차지했다. 대출채권의 발행, 양도, 정산 절차를 자동화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채와 MMF 기반 토큰화 상품도 빠르게 늘고 있다. 3월 말 기준 이들 상품 규모는 142억6000만달러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미 국채 비중은 91%에 달했다.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와 핀테크 기업이 잇따라 국채·MMF 기반 토큰을 내놓으면서 기관투자자 참여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상품 토큰도 주요 축으로 떠올랐다. 금, 은, 구리 등 실물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 토큰 규모는 3월 말 73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금 토큰은 안전자산 성격과 소액 투자, 24시간 거래 편의성이 맞물리며 상품 토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압도적이다. 3월 말 기준 미국의 비중은 65.2%로 전체 시장의 3분의 2에 육박했다. 유럽은 14.5%, 규제피난처는 14.4%였다. 미국에서는 대형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이 신용자산, 국채, MMF 토큰화를 주도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시장 인프라 기관도 토큰화 증권 거래와 결제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은 제도권 안에서 토큰화 시장을 시험하는 단계다. 유럽연합은 분산원장기술 파일럿 체계를 통해 토큰화 증권의 거래·결제 인프라에 한시적 규제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 유럽투자은행, 독일정책금융기관, 소시에테제네랄, UBS 등 공공금융기관과 대형 은행도 토큰화 채권을 발행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앞서가고 있다. 홍콩은 증권선물위원회가 토큰화 증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홍콩통화청은 예금토큰과 토큰화 자산의 실거래 결제를 지원하는 파일럿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통화청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간 공유 원장 인프라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자산 토큰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거래 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분산원장에 거래와 권리 이전을 기록하면 청산, 결제, 사후관리 절차를 줄일 수 있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하면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을 동시에 처리하는 원자적 결제도 가능하다. 고가 자산을 잘게 나눠 소액 투자 기회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다만 시장 확대가 곧 안정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토큰화 자산은 24시간 거래될 수 있지만, 기초자산은 기존 금융시장의 거래시간과 결제주기 제약을 받는다. 이 간극은 시장 불안 때 대량 환매와 가격 급락을 키울 수 있다. 재담보화가 쉬워질 경우 레버리지가 빠르게 쌓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은 자산 토큰화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증권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본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혁신으로 평가했다. 동시에 금융안정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는 아직 작지만 성장세가 빠른 만큼, 제도와 감시체계를 늦게 정비할 경우 위험이 누적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상훈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비전통금융분석팀 과장은 “자산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증권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흐름”이라며 “국내 시장이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유동성 확보와 가치평가, 수탁, 공시, 결제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토큰화 시장의 성장세가 빠른 만큼 온체인 데이터와 오프체인 정보를 결합한 모니터링 체계, 스트레스 테스트, 관계기관 간 협력 등 금융안정 차원의 리스크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