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돌파 나선 K배터리···새 먹거리 AI센터와 로보틱스

인터배터리 2026서 ESS·BBU·휴머노이드 배터리 전략 공개
CATL도 첫 대규모 참가···국내 업계, 고부가 응용처 선점 총력
기사입력:2026-03-09 14:00:00
사진=인터배터리 2026
사진=인터배터리 2026
[공유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정체가 길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AI 데이터센터와 로보틱스, 산업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 고부가 응용처로 사업 축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iM증권은 9일 다음주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6’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단순한 배터리 셀 경쟁을 넘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중심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자 에너지 관리와 피지컬 AI 분야로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시회의 핵심은 배터리의 역할 변화다. 이동수단의 동력원에 머물던 배터리가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을 높이고 로봇 구동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부각될 전망이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피크를 관리하는 비비유(BBU)와 고출력 각형 배터리 ‘U8A1’을 앞세워 고부가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낼 계획이다. 특히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한 전고체 배터리를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해 구동하는 시연에 나선다. 로보틱스 시장에서 기술 표준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와 서비스 로봇을 결합한 다변화 전략에 힘을 싣는다. 오는 5월 양산 예정인 LFP 기반 ESS 제품 ‘JF2 DC LINK 5.0’을 공개하고 LG전자의 서비스 로봇 ‘클로이’와 연동 사례도 함께 전시한다. 배터리 사업의 무게중심을 자동차에서 에너지 솔루션과 로봇 응용처로 옮기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항공 분야 기술력도 강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케이-드론 얼라이언스와 협력한 혈액 수송용 드론, 큐브위성용 배터리 기술을 통해 극한 환경 대응 역량을 선보일 계획이다. 배터리 적용 범위를 도심항공과 우주 영역까지 넓히려는 시도다.

SK온은 지능형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한 신뢰성 강화와 물류 자동화 시장 공략을 병행한다.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을 적용해 화재 안전성을 높인 컨테이너형 ESS를 선보이고 현대위아의 물류 로봇에 탑재되는 하이니켈 배터리 솔루션도 공개한다. 전기차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용 전력망과 로보틱스 분야로 수주 기반을 넓히려는 행보다.

올해 전시회는 경쟁 구도도 한층 팽팽할 전망이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이 처음으로 국내 전시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CATL은 5년간 용량 저하가 없다고 내세운 ‘테너(TENER)’ ESS 솔루션과 10분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앞세워 한국 완성차 업계와 접점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의 실물 공개 여부와 상용화 로드맵 제시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차세대 대안으로 거론되는 만큼 국내 업체들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소재 업계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기기에 대응하는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전구체 없이 원료를 직접 활용해 양극재를 생산하는 ‘무전구체 기술’을 내세워 공급망 자립화 전략을 부각할 계획이다.

업계 전반의 흐름은 분명하다. 전기차 시장 둔화가 길어질수록 배터리 기업의 경쟁력은 생산 규모보다 수익성 높은 응용처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터배터리 2026은 국내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의존 구조를 줄이고 AI 인프라와 로보틱스 중심의 새 성장축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