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업 현장에선 신입사원이나 주니어 직원이 맡던 보조·반복 업무 상당수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회의록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 자료 검색, 번역, 기초 코딩, 시안 정리 같은 업무가 대표적이다. 과거엔 이런 실무를 맡길 인력이 필요했다. 지금은 AI 도구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 절감과 생산성 제고라는 명분이 분명하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판단도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선택이 단기 효율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신입사원은 처음부터 완성형 인력이 아니다. 보조 업무를 익히고, 실무를 반복하며, 선배의 판단과 책임을 가까이서 배우는 과정을 거쳐 조직의 중간층으로 성장한다. 그 축적이 있어야 시니어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업이 “AI가 있는데 굳이 신입을 뽑을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로 채용 문을 좁히면 인력 양성의 사다리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주니어가 설 자리가 줄어들면 몇 년 뒤 조직의 허리를 맡을 중간급 인력도 부족해진다. 시니어는 외부에서 갑자기 충원되는 존재가 아니라 내부에서 시간을 들여 길러지는 인력이다. 입구를 좁혀놓고 숙련 인력 부족을 걱정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청년층에겐 더 큰 문제다. 첫 일자리는 단순한 취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조직 문화와 보고 체계, 협업 방식, 실수의 책임, 문제 해결 과정을 몸으로 익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경력직만 선호하고 신입 채용을 줄이면 청년은 경력을 쌓을 첫 계단부터 놓치게 된다. 노동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지는 이유다.
물론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돌리긴 어렵다. AI 도입 속도는 빠르고,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는 급변하고 있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효율화를 고민하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AI가 주니어를 대체하는 수단으로만 쓰여선 곤란하다. AI는 반복 업무를 덜어주고, 신입이 더 빨리 배우고 성장하도록 돕는 도구가 돼야 한다. 채용을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일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교육 현장도 변해야 한다. 청년 고용 대책이 단순한 채용 장려금에 머물러선 한계가 분명하다. AI 전환기에는 기업이 신입을 채용해 실무와 AI 활용 역량을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직업훈련기관도 기존의 스펙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AI 환경에서 요구되는 실무 역량과 협업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AI가 일자리를 바꾸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그렇다고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까지 사라져선 안 된다. 주니어가 성장해야 시니어가 된다. 너무 당연한 이 원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업이 오늘의 비용만 아끼려다 내일의 인재 기반까지 허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