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린이 헤드폰까지 파고든 직구 사각지대

기사입력:2026-03-24 16:26:42
사진=아동용 볼륨 제한 접이식 헤드셋(MOK-H01)
사진=아동용 볼륨 제한 접이식 헤드셋(MOK-H01)
[공유경제신문 안혜린 기자] 해외직구는 이미 일상이 됐다. 클릭 몇 번이면 해외 상품이 집 앞까지 온다. 값도 싸고 선택지도 넓다. 문제는 안전이다. 특히 어린이 제품은 더 그렇다.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해외직구 어린이용 헤드폰 20개 가운데 7개가 국내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최대 200배, 납이 최대 39배 검출됐다. 어린이가 쓰는 제품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그냥 넘기기 어렵다.

문제가 확인된 제품은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테무 등 주요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케이블, 단자, 이어패드, 헤어밴드처럼 아이 손이 닿고 피부에 맞닿는 부위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제품 설명만 보고는 소비자가 이런 위험을 가려내기 어렵다.

이번 조사 결과가 보여준 건 개별 제품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직구 구조의 빈틈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린이 제품은 안전확인 절차를 거친다. 반면 해외직구 제품은 자가 사용 목적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다. 물건은 국경을 쉽게 넘는데 안전관리는 거기서 멈춘다.

플랫폼 책임도 비껴가기 어렵다. 위해 우려가 확인된 제품에 대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판매 차단 조치를 회신했지만, 아마존은 별도 회신이 없었다. 대응이 제각각이라는 점 자체가 지금 관리 체계의 허술함을 보여준다.

해외직구를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관리와 공개는 더 빨라져야 한다. 어린이 제품군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위해 제품 정보는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제때 공개해야 한다. 플랫폼에도 판매 차단과 정보 표시 책임을 더 분명히 물어야 한다.

값이 싸다고 해서 안전까지 싸게 다룰 수는 없다. 어린이 제품만큼은 편의보다 기준이 앞서야 한다. 해외직구 시대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선택지가 아니라, 그 선택을 믿을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안혜린 기자 rin796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