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지역간 인구 이동과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는 출생 및 거주지역과 맞물린 경제력 대물림 구조를 완화하려면 저소득층의 이동성을 높이는 방안과 지역 자체의 기회를 키우는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용이 될 재목이 강으로 가는 것을 돕는 이동성 강화’와 ‘작은 개천을 큰 강으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첫 번째 대안은 ‘지역별 비례선발제’다. 비수도권 저소득층 자녀의 수도권 상위대학 진학 기회를 넓히기 위해 대학 입시에서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한 선발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서울과 강남지역 학생들이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잠재력만으로 설명되는 수준보다 높게 나타난다는 선행연구를 고려하면, 비수도권 학생의 상위권 대학 진학 비율을 높일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안은 2회에서 짚은 ‘이동의 문턱’을 낮추는 해법과 맞닿아 있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저소득층 학생이 지역과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상향 이동하려면 교육 시스템이 취약계층을 충분히 배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수도권 출생 저소득층 자녀 가운데 수도권으로 이주한 집단의 상향 이동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상위 교육기회 접근성을 넓히는 정책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축은 비수도권 교육 경쟁력 강화다. 보고서는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단기적으로는 ‘잃어버린 인재’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수도권 학생들이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지속가능한 해법이라고 봤다. 이를 위해 각급 학교와 거점대학의 경쟁력을 서울 못지않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고등교육에서는 비수도권 거점대학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대학을 고르게 끌어올리기보다, 소수의 대학이 특정 분야에서라도 지역의 진정한 거점 역할을 하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거론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의도 이런 맥락에서 언급됐다. 단순한 대학 수 확대보다 지역 거점대학의 실질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중등교육 단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주문도 담겼다. 보고서는 온라인 매체를 통한 공교육 접근성 제고, 서울과 지방 간 교육정책·방법론 교류 확대, 비수도권 교사 역량 강화, 학교생활기록부에 부모나 교사의 역량이 과도하게 반영될 여지 축소 등을 제시했다. 대학 입시 이전 단계부터 지역별 교육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세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거점도시 중심 발전’이다. 보고서는 비수도권에서 계층상승 기회를 넓히려면 결국 산업과 일자리 경쟁력이 높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지역의 균일한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거점도시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인구 감소와 재정 여력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역 전체를 똑같이 키우는 접근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비수도권 산업기반과 일자리 개선을 위해 거점도시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점도시 중심의 지역 성장은 비수도권 내부의 이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하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사한 전략으로 경쟁하기보다 광역 차원에서 지역별 특화와 효율적 분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보고서가 내놓은 해법의 공통점은 하나다. 계층이동을 다시 열려면 ‘사람을 옮기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고, ‘기회가 있는 지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소득층 자녀의 이동성을 높이는 제도와 함께, 비수도권에서도 교육과 일자리, 산업기반이 결합한 성장 거점을 육성해야만 대물림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민수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장은 “비수도권 저소득층의 상향 이동 기회를 넓히려면 교육 시스템의 공정성을 높이고, 거점대학과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의 실질적인 기회를 키우는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며 “균일한 지원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수도권 안에서도 계층상승이 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