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나 골드가 쓴 이 책은 경제를 숫자와 제도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저자는 문화와 종교, 공동체 윤리와 기업 활동의 관계를 함께 들여다보며 경제를 인간의 삶 전체 안에서 다시 읽어낸다. 이 지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통상 경제 담론은 효율과 생산성, 성장률 같은 지표에 갇히기 쉽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경제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위에서 작동하는 체계임을 환기한다. 시장은 인간 위에 존재하는 절대 질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설계되고 조정돼야 할 사회적 장치라는 사실을 책 전반에서 밀도 있게 짚는다.
책이 주목하는 ‘공유경제(Economy of Communion)’는 흔히 오늘날 플랫폼 산업과 연결돼 소비재나 공간을 빌려 쓰는 의미의 공유경제와는 결이 다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유경제는 이윤의 일부를 공동체와 나누고, 기업 운영 전반에 연대와 호혜의 원리를 심는 경제철학에 가깝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실천적 구상이다. 저자는 이를 공허한 이상론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이미 수백 개 기업이 동참한 사례를 바탕으로, 나눔과 연대가 기업 경쟁력과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대안을 말하는 태도에 있다. 많은 대안경제 서적이 기존 자본주의 비판에 치중한 나머지 현실의 복잡성을 놓치곤 한다. 반면 이 책은 시장의 기능 자체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시장이 놓친 인간의 존엄, 공동체적 책임,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다시 중심으로 불러낸다. 극단적 대결 구도보다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는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낡은 이분법을 넘어서려는 문제의식도 여기서 살아난다. 그래서 이 책은 선언문이라기보다, 현실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바꾸려는 제안서에 가깝다.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이 각별하게 읽히는 이유도 분명하다. 양극화, 청년 불안, 지역 소멸, 돌봄의 위기, 노동의 불안정은 이제 경제 기사 한 꼭지로 다룰 수 있는 단일 현상이 아니다. 삶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문제다.
그런 점에서 번역자가 강조한 ‘인간중심의 경제’와 ‘나눔 공동체’라는 문제의식은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복지와 경제를 따로 떼어 볼 수 없다는 관점 역시 설득력이 크다. 누군가의 삶이 무너진 뒤 복지로 수습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삶이 덜 흔들리는 경제 구조를 만들자는 발상은 지금 더 절실하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책은 아니다. ‘사랑의 경제’, ‘빛의 경제’ 같은 표현은 독자에 따라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냉정한 현실 인식보다 윤리적 당위가 앞선다고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과 주주 이익 압박이 작동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모델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제도적 뒷받침과 정책적 설계, 산업별 적용 방식까지 더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면 책의 현실감은 한층 높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공유경제’는 당장 완성된 해답을 내놓는 책이 아니다. 대신 우리가 너무 오래 정답처럼 믿어온 경제 질서에 균열을 내고, 다른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경쟁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경쟁만으로는 사회를 지탱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의 쓰임을 다시 묻는다. 성장의 필요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방향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결국 이 책은 경제학 책인 동시에 인간학 책이다.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그 질문은 무겁지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숫자가 아닌 얼굴을, 속도가 아닌 지속 가능성을, 승자독식이 아닌 공존의 질서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경제 대안서의 범주를 넘어선다.
‘공유경제’는 불평등과 분열이 일상이 된 시대에, 시장의 한복판에서도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지 묻는 책이다. 낭만적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내용이 진지하고,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치부하기에는 문제의식이 날카롭다.
더 나은 경제를 꿈꾸는 독자라면 물론이고, 지금의 경제가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지 근본부터 다시 묻고 싶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권할 만하다. 이 책은 성장의 다음 페이지를 말한다. 그리고 그 페이지의 첫 문장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더불어 살지 못하는 경제는 오래갈 수 없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