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원이 최근 국내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코 흡입 에너지바 1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개 제품에서는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다. 인체 흡입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성분이다. 6개 제품에서는 리날룰이나 리모넨 같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기준치를 넘게 나왔는데도 표시가 없었다. 전 제품은 ‘코막힘 완화’, ‘졸음방지’, ‘집중력 향상’ 같은 문구를 앞세워 광고했다. 9개 제품은 품목명과 성분, 용도, 주의사항 같은 기본 표시도 부실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흔한 소비자 안전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면 더 불편한 지점이 드러난다. 이런 제품이 애초에 어떤 관리 체계 안에 놓여 있었느냐다. 코로 직접 들이마시는 제품인데도 판매 페이지에서는 공산품이나 생활가전용품으로 분류돼 유통됐다. 성분은 화장품이나 생활화학제품과 비슷한데, 정작 안전기준 적용은 비껴간 셈이다. 제도의 언어와 실제 사용 방식 사이에 틈이 있었고, 그 틈으로 제품이 들어왔다.
이런 틈은 늘 비슷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는 제품 분류 체계를 알지 못한다. 다만 판매 페이지에 적힌 설명을 보고 판단할 뿐이다. ‘집중력 향상’, ‘졸음 방지’, ‘코막힘 완화’ 같은 문구는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장시간 운전하는 사람에게도, 피로한 일상을 버티는 누구에게도 솔깃하게 들린다. 게다가 손에 쥐기 쉬운 크기, 향을 고르는 재미, 온라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유통 구조까지 더해지면 경계심은 더 낮아진다. 위해 가능성은 뒤에 숨고, 효능을 암시하는 말만 앞에 남는다.
특히 청소년 유행 제품이라는 점은 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청소년을 겨냥한 시장은 원래 반응이 빠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형식과 즉각적인 체감 효과를 내세우면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런데 제도는 대체로 그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시장은 새 이름을 붙여 상품을 내놓고, 플랫폼은 상품을 올리고, 소비자는 먼저 접하고, 당국은 문제가 드러난 뒤에야 점검에 나선다. 이번 조사도 결국 그런 익숙한 뒤늦음 위에서 이뤄졌다.
물론 소비자원이 조사에 나서 판매 중단과 표시 개선을 권고한 것은 필요한 대응이었다.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판매를 중단했고 일부는 표시를 고쳤다. 하지만 몇몇 사업자는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위해 우려가 드러난 뒤에도 개선이 사업자 자율에 기대는 방식이라면, 소비자 보호는 처음부터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오픈마켓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흡입형 제품이 의학적 효능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달고 버젓이 유통되는 동안 플랫폼이 사실상 통로 역할만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안은 새로운 물건 하나를 단속하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실제로 코로 흡입하고 점막에 닿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그에 맞는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상품명이 공산품인지 생활가전용품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쓰이고 인체에 어떻게 닿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유형의 제품이 이름만 바꿔 다시 시장에 들어오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유행을 모두 규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안전 기준까지 유행의 뒤를 따라가게 해서는 안 된다.
낯선 유행은 언제든 또 나온다. 문제는 그때도 같은 순서가 반복되느냐다. 먼저 팔리고, 나중에 경고하고, 그 사이 위험은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 말이다. 소비자원 위해정보국 박준용 팀장이 “의학적 효능이 확인되지 않은 제품 사용은 주의해야 한다”며 “구매 전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고, 사용 중 피부발진이나 호흡곤란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한 뒤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한 말은 그래서 더 무겁게 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회성 주의보가 아니다. 유행 상품이 안전의 빈틈을 먼저 찾아내기 전에, 제도가 그 빈틈부터 메우는 일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