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랑스 경제협력, 어디까지 왔나] 원전·해상풍력···에너지 협력 속내 ②

정상회담서 원자력·재생에너지·청정수소 협력 확대···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 함께 겨냥
한수원-오라노 협력에 해상풍력 MOU까지···선언 넘어 사업화·이해관계 조율 관건
기사입력:2026-04-07 18:00:07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빈 방한해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했다(출처: 청와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빈 방한해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했다(출처: 청와대)
[공유경제신문 김승한 기자] 한국-프랑스 정상회담의 경제협력 성과 가운데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축은 에너지였다. 원전과 해상풍력, 청정수소, 송배전, 에너지안보까지 걸친 이번 합의는 단순한 친환경 협력 선언이 아니었다. 탄소중립과 공급망 불안,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에 동시에 대응하려는 계산이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3일 정상회담과 공동성명을 통해 원자력, 저장 수단을 갖춘 재생에너지, 청정수소를 활용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에너지 정책의 수렴을 통해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서면브리핑에서도 원자력과 해상풍력 분야 협력 확대를 통한 에너지안보 강화 의지가 확인됐다.

이번 협력의 중심에는 원전이 있다. 공동성명은 민간 원자력 분야에서 안전과 방사선 보호, 사용후연료 관리, 원자로 출력 조절, 전력망 적응, 계속 운전, 핵 계측, 폐기물 처리 등 원전 전 주기에 걸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단순히 원전 수출이나 건설 협력에 그치지 않고, 운영과 유지, 연료, 안전 규범까지 폭넓게 다루겠다는 뜻이다. 제4세대 원자력 기술과 핵융합 분야 협력도 포함됐다. 프랑스 원자력청과 한국원자력연구원 간 협력, ITER 공약 재확인, 프랑스 WEST와 한국 KSTAR를 통한 연구 협력 강화 구상도 담겼다.

정상회담의 상징적 장면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프랑스 원전기업 오라노 간 핵연료 전주기 협력 MOU 체결이었다. 청와대는 이 협력이 에너지안보 강화는 물론 양국 원전산업 발전과 글로벌 원자력 시장 공동 진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연료 전주기 협력은 의미가 가볍지 않다. 원전산업 경쟁력은 발전소 건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연료 조달과 가공, 사용후연료 관리, 기술 표준과 안전 체계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산업 생태계가 굴러간다. 이번 협력은 바로 그 취약한 연결 고리를 보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프랑스가 얻는 실익도 분명하다. 프랑스는 유럽 내 대표적 원전 강국이지만,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산업 경쟁력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은 원전 시공과 운영, 공급망 관리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기술·연구 기반과 한국의 산업화 역량이 만날 경우 상호 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양국이 원전 협력을 에너지안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동시에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상풍력 협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공동성명은 양국이 해상풍력 배치를 포함한 탈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유사한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 분야와 전력 송전·배전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해상풍력 MOU 체결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협력 기반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원전이 기저전원과 산업경쟁력의 문제라면,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전환의 문제다. 결국 이번 합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경쟁 관계가 아닌 병행 가능한 포트폴리오로 결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이 에너지 협력을 서둘러 넓힌 배경에는 중동 정세도 있다. 정상회담 브리핑에 따르면 두 정상은 중동 전쟁과 그 파장에 대해 논의했고, 에너지안보 강화와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한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공동성명에서도 양국은 석유·가스 시설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교란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수에즈 운하, 홍해를 포함한 핵심 해상 교통로의 항행의 자유를 지지했다. 에너지 협력이 기후 의제만이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 대응 수단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상회담 전 산업통상자원부가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 MEDEF 대표단과 만나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안보,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프랑스 기업들은 한국의 에너지 산업 현황과 발전 방향, 에너지안보 등을 주요 관심사로 제시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친환경차, 저탄소 공급망과 함께 에너지 전환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정상회담의 합의가 정부 발표용 수사에 그치지 않고, 민간 기업의 사업 이해와도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에너지 협력을 곧바로 실질 성과로 단정하긴 이르다. 원전은 기술 협력의 범위가 넓을수록 규제와 안전 기준, 기술 보호, 시장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해상풍력 역시 입지, 주민 수용성, 전력망 보강, 사업성 확보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청정수소와 송배전 협력도 투자비와 제도 정비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공동성명과 MOU는 방향을 잡아주지만, 사업화의 성패는 결국 세부 이행 체계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양국은 에너지 협력을 더 이상 개별 프로젝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안보, 탄소중립을 함께 묶는 전략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강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원자력과 해상풍력 협력 확대를 통한 에너지안보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프 에너지 협력의 속내는 결국 하나다. 불안정한 세계 에너지 질서 속에서 각자 부족한 고리를 메우며, 미래 전력 체계의 주도권까지 함께 노리겠다는 것이다.


김승한 기자 sharegrid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