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는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위험의 외주화’ 근절, 안전체계 혁신, 15년 넘게 이어진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의 정리, 상생의 노사모델 구축을 내세웠다.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과제다. 그만큼 이번 직고용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을 감수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철강업황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대규모 직고용을 꺼내 들었다는 점만으로도 기존 방식에서 한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런 결정일수록 평가의 기준은 발표가 아니라 실행이어야 한다. 직고용은 결론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발표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위험의 외주화를 끊고, 원·하청 구조를 손질해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이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의제도 많지 않다. 특히 생산공정과 맞물린 조업지원 업무를 협력사 인력이 맡아온 구조에서는 안전관리와 작업 지휘, 책임의 경계가 늘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원청이 책임을 직접 지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대의가 분명하다고 해서 현장의 난제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결국 관건은 설계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직접 고용 대상에 포함되는지, 어떤 직군 체계로 편입되는지, 기존 직원과의 처우 차이는 어떻게 조정되는지, 조직과 문화는 어떤 방식으로 융합되는지가 더 본질적인 문제다. 규모가 큰 결정일수록 원칙은 더 분명해야 하고, 기준은 더 세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대가 컸던 만큼 반작용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입사를 희망하는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는 표현은 향후 적지 않은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직고용 의지를 밝힌 것은 분명하지만, 채용 절차라는 형식을 거치는 순간 현장에서는 대상 범위와 심사 기준, 편입 방식이 민감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이어진 소송 끝에 나온 해법인 만큼, 당사자들로선 선언적 표현보다 자신이 어떤 조건으로 어느 직군에 편입되는지가 더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비용 문제 역시 단선적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 직고용은 단순한 인건비 증가가 아니라 비용 구조의 재편에 가깝다. 지금까지 협력사 도급비 형태로 처리되던 비용 일부가 직접 인건비와 교육비, 복리후생비, 조직 운영비로 옮겨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부담 확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외부에 두었던 책임과 리스크를 내부로 들이는 선택에 가깝다. 결국 포스코가 감수하는 것은 지출의 증가만이 아니라 책임의 방식이 바뀌는 데 따른 무게다.
그래서 이번 결정을 바라볼 때도 성급한 찬사나 단정적인 회의론은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직고용은 분명 산업계에서 보기 드문 조치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상생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편입 기준은 투명해야 하고, 처우 원칙은 납득 가능해야 하며, 현장 지휘 체계는 혼선 없이 정리돼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이 선언의 언어에 머물지 않고 실제 작업 방식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포스코는 이번 조치가 지역 일자리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기대 자체를 무리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라는 표현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고용의 지속성과 처우의 안정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사람을 직접 고용하는 것과 오래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포스코의 이번 발표는 산업현장의 오래된 과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원·하청 구조 개편은 발표문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이 공정하게 작동하고, 안전을 실제로 바꾸고, 갈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장에 안착할 때 비로소 성과가 된다. 포스코가 이번 결정을 ‘대승적 결단’으로 남길지, 또 하나의 관리 과제로 흘려보낼지는 결국 발표 이후의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
김봉수 기자 news@seconomy.kr



















